호남인 기업가는 어떻게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했나
호남인 기업가의 창업과 글로벌 기업가정신
김일태·강덕균·임영언·박석강 | 전남대출판문화원 | 1만5000원
2023년 03월 09일(목) 12:47
지난 2018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세계호남향우회총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맨주먹으로 기업을 일궜던 성공담을 공유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세계호남향우회총연합회 제공
호남인 기업가의 창업과 글로벌 기업가정신. 전남대출판문화원 제공
강진에서 태어난 영동농장 김용복 대표는 홀 아버지 밑에서 누구보다 어렵게 자랐다. 집안 형편이 여의치 못해 중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객지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고, 서른이 다 된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3년 만에 파산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용역회사에 고용된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사막 한복판에 ‘영동농장’을 설립하고 무, 배추 등 16종에 달하는 한국산 야채류를 재배하고 밀을 생산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고 무엇인가 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농사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게 전 김 대표의 회고다.

전북 익산 출신 박상윤 상하이 상윤무역유한공사 대표는 상하이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다 지난 2008년 자본금 2억 원으로 상해상윤무역을 창업했다. 25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그곳에서 27년을 거주해 온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비즈니스 계에서 각종 ‘전설’을 만들었다. ‘단순히 일을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즈니스맨’이라는 게 그에 대한 중국인의 평가다.

한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호남 출신 기업가들이 어떤 노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학술적으로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김일태 전남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강덕균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임영언 조선대 겸임교수, 박석강 전남대 교수가 공저한 ‘호남인 기업가의 창업과 글로벌 기업가정신’ (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刊)이다.

책은 한국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채 인적·물적 측면에서 경제적 기반이 약했던 호남 출신 청년들이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호남 정신의 발현, 창업과 기업가정신의 이론을 토대로 성장하는 과정, 창업이노베이션과 금의환향의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성공한 기업가로 자리 잡아 고향과 모국에 기여한 사례를 분석했다. 1960년대부터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수백만명에 달하는 호남인의 이동과정과 분포 및 활동상 등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호남출신 기업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기업가 정신의 3대 요소인 혁신성, 진취성, 위험 감수성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기업가로 성장했고, 성공을 거둔 후에는 모두 사회적 책임성을 다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나눔 정신의 실천, 한국문화의 교류, 평화통일 기반 조성 등을 꼽았다.

우선 출향 호남인 기업가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타 지역으로 이동, 창업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있었기 때문에 현지 사회와 기존기업의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창업했다. 혁신적인 기술개발 등 ‘파괴적 혁신’을 통해 기업의 독자적인 위상을 정립하거나 ‘구조적 공백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지속적인 창업 이노베이션도 그들의 성공 요인이었다.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후에는 타 지역에서 동향인들로 구성된 향우회에 가입해 향우들을 상호 지원하고 고향 발전을 위해 각종 기부금이나 장학금을 기부하는 나눔의 정신도 실천했다. 해외 현지 상공회의소회장, 한상(韓商) 관련 단체 임원 등으로 참여, 한국과 해외 현지 국가 간 경제 및 투자 협력의 중개자 역할을 담당하거나 모국에 지속적으로 투자 활동을 전개해 한국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저자인 김일태 교수는 “이 책은 ‘호남정신’을 기반으로 창업 이노베이션과 기업가정신을 실천한 출향 호남인 기업가들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학술적인 연구를 함께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고 나눔정신을 실천한 호남 출신 기업가들을 알리고 이들에 대한 새로운 연구 지평을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환 기자 yonghwan.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