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 불가 교통행정
이기수 논설실장
2023년 03월 09일(목) 17:51
이기수 논설실장
민선 7기때 완공후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개통 조차 못하고 있는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나들목(IC)진출로의 존폐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광주시가 오는 13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지산IC 위험도 평가 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기 때문이다. 용역 수행 기관인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은 이날 빅데이터 분석,교통 시뮬레이션 등으로 위험도를 분석한 최종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이번 행정 절차에 대해 광주시청 안팎에선 개통 불가 결정을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강기정 광주시장이 취임 이후 수 차례 개통 불가 의사를 밝혀온 터여서다. 만약 이날 시설 폐쇄 결정이 이뤄진다면‘답’을 정해놓은 채, 전문기관 의견 검토는 요식 행위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77억 원의 예산(설계비 6억여 원 포함)을 쏟아부어 신설된 도로가 시민들이 한 번도 이용해보지도 못한 채 폐기처분될 운명에 처한 사례는 광주에서 처음이 아닌가싶다.

개인적으로 이 진출로 이용에 기대감이 컸던 터라 납득 불가다. 우선은 용역 수행의 합리성에 대한 의문이다. 지난해 10월 용역 의뢰를 받은 산학협력단은 그동안 2순환도로 운전자 주행 행태, 교통 흐름 등을 조사하고, 가상주행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각종 평가를 진행했다고 지난달 14일 중간용역보고회에서 밝혔다. 현재 건설된 왼쪽 진출로를 이용했을 경우,최초 설계안인 오른쪽으로 진출로가 건설됐을 경우, 완공 당시 설치한 안전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운행했을 경우, 추가 안전구조물을 설치한 뒤 운행했을 때 등 네 가지 경우수를 고려해 비교 분석한 데이터값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데 이는 도로구조와 교통 현실 등을 고려해서 추정한 결과값이지 실제 상황

분석 결과는 아니다.대개 도로의 경우 개통후 교통사고가 잦게 되면 개선에 나서는 것이 보통의 상식이다. 2020년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이 완료된 전국 270개 지점을 대상으로 개선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 수는 56.3%, 사고 발생 건수는 33.4% 감소했다고 행정안전부가 최근 밝혔다.‘교통사고 잦은 곳’은 특별시나 광역시의 경우 연중 5건 이상, 일반 시·군의 경우 연중 3건 이상 발생하는 지점이다. 행안부와 도로교통공단은 이 지점들 중 270곳에 신호·과속단속장비 설치, 교통안전표지·노면표시, 회전교차로 개설 등의 개선 조치를 2020년 완료했다. 이후 개선 조치 전 3년(2017년~2019년) 간의 사고 현황과 개선조치 후 1년(2021)간의 사고 현황을 비교했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 경산 입체교차로(IC) 부근 개선 사례는 반면교사가 될 듯 싶다.

진입로 직전에서 무리한 차선 변경 등으로 인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경산 IC 부근에선 연평균 4.3건의 교통 사고가 발생했는데 2020년 교차로 전방에 신호기와 교통섬, 도로 노란색 유도선을 설치한 뒤 이듬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산IC 진출로는 당초 우측 방향으로 계획됐지만, 주민설명회 과정에서 소음 피해·분진·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방향을 좌측으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이 이어져 주민과 전문가·경찰과의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좌측 방향 진출로로 최종 결정됐다.도로개설전 운전자가 익숙치 않은 왼쪽 방향 지산IC 진출로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거쳤을 것인데 개통도 하기전에 논란이 일자 곧바로 폐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 이번 최종 용역보고회에서 도로 여건이 다르겠지만 국내 왼쪽 진출입로의 위험도 (사고 발생 )현황도 제시되는지도 궁금하다. 단체장 교체와 학동과 화정동 건물붕괴참사 발생이라는 ‘특별한 요인’이 없었다면 지산IC 진출로 개통은 계획대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역 결과는 최상, 또는 최선의 행정행위를 하는데 기여해야지 ‘답정너 행정’을 위한 구실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여 시민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지산나들목(IC)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을 너무 얕잡아 보지 말고 선개통후 후조치를 하는 행정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