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에 보내는 경고 전시 ‘화제’
김기희 작가, '댄싱 히어로'展
25일까지 여수 에그갤러리서
환경문제 작품 30여점 선봬
작가노트로 경고메시지 공개
2023년 03월 12일(일) 16:08
김기희 작 ‘스필버그에 고함’. 에그갤러리 제공
작품 스필버그의 고백과 김기희 작가. 작품 설치 이미지
“제대로 제 이름을 불러주십사 상서를 올립니다… 감독님, 당신과 친구들이 만든 몇 편의 몹쓸 영화 때문에 제 일족과 친구들은 졸지에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지역의 한 설치미술가가 영화 ‘죠스’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경고를 보내는 설치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전 지구적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오던 김기희(62) 작가는 오는 25일까지 여수 도성마을 에그갤러리에서 ‘댄싱 히어로’라는 주제로 여행 캐리어 설치 작품 20여점을 비롯해 도마뱀, 부엉이, 어린 왕자 비행기 등 총 3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먼 바다를 자유롭게 뛰놀다 여수 도성마을 앞바다에 도착한 한 ‘Return to HERO(리턴 투 히어로)’는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은 죠스, 상어, 물고기가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영화 ‘죠스’ 때문에 북미 전역에 상어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작가는 스필버그를 향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작가노트 형식으로 공개했다.

인간의 편견으로 상어 개체수가 줄어드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이번 전시를 위해 김기희 작가는 한센인 정착촌으로 알려진 여수 도성마을에서 작품을 준비했다. 도성마을 주민들은 자급자족으로 축산업을 시작했는데, 김 작가는 축사 사료통에 작품을 설치해 도성마을의 역사성과 장소성의 의미를 각인시켰다.

재활용 여행 캐리어와 와이어 매쉬를 이용한 ‘스필버그의 고백’은 길이 3m에 가까운 상어 설치물이다. 작가는 바다 생물이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식인 상어와 고기라는 식용’으로 명명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실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작가는 인간의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살아 남은 상어를 ‘Return to HERO’로 명명했다. 또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탐욕의 희생양이 된 바다 거북이, 갈치, 감성돔, 고릴라, 돼지, 과일, 농산물 등의 사연을 여행 캐리어에 담아냈다.

박성태 에그갤러리 관장은 “김기희 작가의 대표작 ‘스필버그의 고백’은 데미안 허스트가 1991년에 발표한 포름알데히드에 넣은 수조 속 상어 작품이 연상됐다”며 “전시는 인간의 편견과 오해 속에 죽어간 생태계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경종을 울린다. 관객들이 이색적인 캐리어 작품을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희 작가는 “생태환경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살생에 가까운 일을 죄의식 없이 자행하는 인류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며 “전시작품은 생경함과 모호함보다는 사실적으로 표현해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공휴일 제외)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권은 무료다. 도슨트 데이 등 자세한 내용은 전화(061-692-0240)로 문의하면 된다.

스필버그에게 보내는 편지
여수=이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