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우리는 어느 때 보라색을 생각하는가
(190) 보라색과 생활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2023년 03월 14일(화) 13:19
●색채와 복장

고대 로마 시대의 대표적인 의상인 토가(Toga, 외출할 때 헐렁하게 주름 잡어 진 긴 상의의 겉옷을 말함)는 한 장짜리로 된 활(弓) 모양의 천으로 몸에 감아 입는 형태의 옷이며, 색깔에 따라 신분이 3가지로 나누어진다. 그것은 픽타(Toga Picta)와 프래텍스타(Toga Praetexta) 그리고 칸디다(Toga Candida)이다. 프래텍스타(Toga Praetexta)는 흰 천에 붉은 자색 테두리 장식을 한 것으로 집정관이 착용했다.

로마의 연극 의상을 보면, 부자는 보라색 옷을 입었으며,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은 옛 지배자의 색인 보라 상복을 입었다. 특히 보라는 마법의 색이다. 사악한 마녀는 보라색 옷을 입지만, 착한 요정은 연보라색 옷을 입는다.

보라는 자유분방한 느낌과 가장 개인적인 색이다. 보라색 옷을 입는 사람은 튀고 싶어 하며, 대중과 자신을 구분하려고 한다. 보라색 치마는 1900년을 전후하여 대단히 유행했으며, 특히 겨울옷으로 많이 입었다.

1970년경 보라는 여성운동의 색으로 유명해졌다. 여성운동은 ‘여성의 유산 결정권’과 ‘동일한 노동에 대한 동일한 임금’을 요구했으며, 여성의 상징으로 그려진 주먹을 국제적 표식으로 삼았다. 1980년경 연보라색 멜빵바지 유행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페미니즘 유행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라색은 독창성과 비관습적인 파격을 상징한다. 보라는 냉정하지만 시끄러운 색으로, 명랑한 주황과 배색될 때 특히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1974년 이인자 교수는 그의 논문인 「성격과 의상 디자인 선호간의 상관 연구, 1974.」에서 입는 옷 색깔을 보면 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을 넘은 주부들 가운데는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이 색깔은 마음이 공허하고, 외롭게 느껴질 때 좋아하게 된다.”

2013년 영국의 일간 데일리메일(Dailymail)은 한 업체가 ‘첫 데이트 할 때 호감적인 옷 색상’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였다. “여성은 빨간색 옷, 남성은 회색 옷을 입었을 때 커플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다. 여성은 빨간색 옷 다음으로 파란색, 초록색, 검정색, 보라색의 순이었다. 남성은 회색 옷 다음으로 검정색, 파란색, 초록색, 하얀색의 순이었다.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색의 옷으로는 남녀 모두가 노란색을 꼽았다. 특히 여성은 갈색 옷을, 남성은 핑크색 옷을 입었을 때 호감을 얻지 못했다.”

보라색은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며, 품위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우울증이 있는 이에게는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색채와 숫자 그리고 형태

공학 분야에서는 수치를 시각화하기 위해 색을 상징적 언어로 사용하였다. 남보라색은 1로, 보라색은 7로 나타냈다. 월별 상징색에 있어서 5월은 남보라색이고, 11월은 보라색이다. 탄생석의 의미에 있어서 5월은 에메랄드(Emerald, 취옥)로 행복한 아내, 11월은 토파즈(Topaz, 황옥)로 우애를 의미한다.

1952년 국제유도연맹(International Judo Federation)에서는 선수 수준에 따라 허리에 매는 색 띠 7가지를 채택하였다. “최고 단은 검정색 띠이지만, 1단부터 10단까지 다시 세분화되었다.”

일본에서는 6단~8단은 빨간색 띠와 하얀색 띠, 9단~10단은 빨간색 띠로 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2가지로 세분화되었다. 보라색 띠는 2급을 상징한다.

보라색 리본은 전 종목 우승자를 나타내고, 보라색은 오늘날 스포츠웨어와 아동복에 많이 사용되며, 종교적 예식이나 장례식을 의미한다.

미국의 미술사학자와 색채학자인 비렌(Birren, F.)은 색채와 형태를 6가지로 분류하였다. “보라색은 타원형을 암시한다.”

스위스 미술교육자인 이텐(Itten, Johannes, 1888년~1967년)은 색채와 형태를 12가지로 구분하였다. “나란히 형은 보라색이고, 외형은 남보라(bP : blue Purple)색이다.”

독일의 철학자, 심리학자, 물리학자, 의학자인 페히너(Fechner, Gustav Theodore, 1801년~1887년)는 웨버(Weber, Ernst Heinrich, 1795년~1878년)와 함께 6가지 색채와 형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보라색은 타원형(유동성)이다.”

러시아의 화가인 칸딘스키(Kandinsky, Wassily, 1866년~1944년)는 그의 저서인 정신적인 조화의 예술(The Art of Spiritual Harmony, Houghton Mifflin Co., Boston, 1914.)에서 색을 운동으로 파악하였다. “보라색은 파란색에 의해 안전성에서 멀어진 빨간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