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계엄군 “희생자 유해 찾기 힘들수도”
●5·18 당시 3공수여단 김귀삼 중사의 고백
광주역서 시민군 대검으로 찔러
교련복 입은 학생들 도주시키기도
항쟁 1년후 보안사가 암매장 추적
“시신들 화장당했을 가능성 있어"
2023년 03월 14일(화) 18:42
5월 항쟁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귀삼씨와 총상 피해자 김태수씨 등이 14일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오늘의 증언이 5·18 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에서 증언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저는 5·18 계엄군입니다. 광주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3공수여단 소속으로 계엄군이었던 김귀삼(68)씨가 눈물로 그날의 참상을 털어 놓았다. 그는 또 1980년 5월 광주교도소에서 이뤄진 암매장과 관련 ‘화장 가능성’을 제기해, 유해 발굴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회장 황일봉),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회장 정성국),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등은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오늘의 증언이 5·18 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는 주제로 계엄군 김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43년 만의 사죄

김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1980년 5월20일 광주역에서 진압작전 도중 시민군 중 한 사람을 찔렀다”고 고백했다. 당시 광주역에서 시민군을 강제해산하라는 명령을 하달받은 뒤 밀려오는 시민군을 진압했지만 상황이 열세가 되면서 점점 김씨가 소속된 12대대가 후퇴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시민군에게 위협을 주고자 포로로 잡혀왔던 시민군 한 명을 대검으로 찔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학생 2명을 도주시켰다고 전했다.

김씨는 “한창 진압 중인데 떠밀려온 것인지 시민군에 참여하는 학생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교련복을 입은 학생 2명을 발견했다. 어린 학생들이 눈에 밟혔던 김씨는 몰래 두 학생을 담장으로 넘겨 도망치게 했다.

이후 광주교도소로 옮겨 경계 근무를 서며 접근 차량에 대해 총격을 가하라는 의미로 실탄을 지급받기도 했다. 김씨는 “실탄을 줬다는 것은 총격을 허용한다는 의미다”며 “당시 (우리에게) 발포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최세창 3공수여단장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김씨가 있던 12대대와 맞서 총상을 입은 김태수(5·18부상자중앙회 이사)씨도 참석해 현장 상황을 같이 확인해 나갔다.

피해자 김씨는 “교도소를 접근하려면 담양으로 빠지는 길목으로 다니는 차량을 쏴야 하는데 왜 교도소에서 1㎞나 떨어진 도로 위 차량을 쐈냐”는 물음에 그는 “교도소와 도로 사이 보리밭에서 매복을 하며 접근하는 시민군을 위협하기 위한 총격이 있었고 당시에도 인명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며 “그 이후로 줄곧 피해자에게 사죄드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실종자 유해 화장설

현재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를 비롯해 가장 주력을 두는 암매장 진상규명에 관해 화장으로 유해가 없어졌을 것이라고 김씨는 답했다.

김씨는 “5·18민주화운동이 있고 1년 후 보안사령부에서 찾아와 암매장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암매장·가매장 구역을 물어봤다. 전남대학교 기숙사에도 시신을 안치시켰다는 사실을 보안사에 전달했다”며 “그것 때문인지 기숙사 터에 안치된 시신들이 없어졌다. 부당한 작전임을 알고 증거를 없애려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시신을 전부 수거해서 화장해서 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유족분들에게는 유감이지만 실종자 유해를 찾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말은 조사위에서도 일부 확인 됐다. 조사위에 따르면 실제 5·18민주화운동 후 보안사령부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계엄군들을 찾아 암매장에 대해 물어 봤다는 증언이 있었다.

무엇보다 조사위는 계엄군들의 증언 속에서 ‘암매장·가매장 시신을 태워 없앴다’는 주장이 나와 화장터 3곳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여왔다.

조사위는 △전주 승화원 화장터 △광주통합병원 소각장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 화장터의 당시 임직원, 화장기록 등을 뒤져봤지만 화장설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조사위는 화장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현재까지도 조사가 진행하고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인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3조 7호에서 규정한 조사 범위에 ‘희생자 암매장과 시신의 유기 및 그 유해의 발굴과 수습에 대한 사항’이라고 명기됐다. 암매장뿐만 아니라 화장 등의 방법으로 유기한 정황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진행 중이다”며 “다양한 증언이 나온 이상 암매장과 관련된 진상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한편 암매장 희생자에 대한 화장설은 505 보안부대 출신 허장환씨가 지난 2019년 5·18 이후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무단으로 화장하거나 바다에 버렸다고 증언하면서부터 줄곧 제기돼 온 내용이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