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여도 괜찮아"…이번 시즌에도 이어진 '행복 배구'
AI페퍼스 2022~2023시즌 결산
5승 31패 승점 14…2년 연속 최하위
수비·끈기는 ‘强’, 높이·체력은 ‘弱’
아헨 킴 신임 감독, FA 선물 받을까
2023년 03월 22일(수) 13:44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배구단이 지난해 12월 31일 경상북도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여섯 번째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17연패 뒤 시즌 첫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어렵다. 쉽지 않다. 힘들다”

이경수 AI페퍼스 감독대행의 2022~2023시즌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온 세 가지 말이다. 광주 연고의 여자프로배구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다사다난했던 두 번째 시즌이 지난 18일 IBK기업은행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21~2022시즌 3승 28패, 승점 11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AI페퍼스는 이번 시즌 5승 31패, 승점 14로 역시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2승을 더 수확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공수 모두 고전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수비만큼은 긍정 평가를 끌어냈다. 시즌 개막 직후 17연패에 빠진 후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오지영을 GS칼텍스로부터 트레이드 영입한 것이 전환점이었다.

오지영은 맏언니로서 김형실 감독의 사퇴 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렸다. 코트에서는 이한비와 함께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구축했고 선수들에 파이팅을 불어넣고 끈기 있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광주 팬들의 응원 역시 뜨거웠다. 선수들의 열정에 페퍼(pepper)의 짝인 솔트(salt)를 자처했다. 매 경기 많은 팬들이 외치는 “페! 퍼! 빠샤!” 구호에 선수들은 후반기 들어 후춧가루 부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얇은 뎁스는 한계로 돌아왔다. 높이에서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상대 공격이 네트를 편안히 넘었고 수비 부담이 늘어나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 결국 접전 상황에서 범실을 남발하며 선수들이 힘겨워하는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

체력 부담 탓에 부상자도 속출했다. 지민경과 하혜진이 이미 시즌 시작 전부터 부상으로 전력 이탈한 상황에서 주장 이한비를 포함해 구솔, 문슬기, 박은서, 서채원, 염어르헝, 최가은 등 선수 대다수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해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시즌 막바지에는 사실상 교체가 없다시피 경기를 운영하기도 했다.

아헨 킴 신임 감독이 지휘할 다음 시즌에는 전력 보강이 필수적인 이유다. 특히 AI페퍼스는 주축인 이한비가 FA 자격을 얻는 가운데 타 구단에서는 김연경을 비롯해 김수지, 김희진, 문정원, 박정아, 배유나, 전새얀, 정대영, 채선아, 한송이, 황민경, 황연주 등 주전급 자원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이미 AI페퍼스는 취약 포지션이었던 세터에 이고은을 FA 영입하며 공격적 투자를 선보인 바 있다. 페퍼저축은행이 아헨 킴 신임 감독을 위해 이한비와 함께 취약 포지션인 센터와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의 FA 계약에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취임 선물임에 분명하다.

아헨 킴 감독은 지난 1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결정력이 있고 득점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아주 중요하다. 여섯 자리 로테이션 어디에 들어가도 위협적인 선수가 필요하다”며 “센터와 아웃사이드 히터가 필요하다. 백업 멤버도 두터웠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AI페퍼스는 진정한 호남 연고 구단으로 거듭날 준비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여름 선수단 숙소와 연습장의 광주 이전이 완료된다. 이는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과 체력 안배는 물론 부상 방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아울러 팬들과 배구 꿈나무들과도 더 밀접한 관계로 나아가 지역 배구 저변 발전도 기대된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