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재(서양화가) (510/1000)
2023년 03월 23일(목) 10:45
“광주와 전남을 오가며 서양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Rumination’, 한문으로는 ‘반추’ 또는 기억, 되돌림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느껴왔던 자연을 한국적 여백을 강조하면서도 저만의 독특한 기법과 색채로 화폭에 담고 있습니다.

처음 대학에 입학해 공부했을 때는 인물화에 집중했죠. 인물화를 거의 10년 가까이 했는데, 과감히 떨쳐버리고 시작한 것이 추상작품입니다. 인물화와 추상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돌연 저만의 큰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첫 전시도 추상화로 했죠. 그 후 수많은 패턴과 양식을 시도했습니다. 나무도 태워보고 물감을 뿌려도 보고 실험작도 발표했는데, 지금 제가 천착하고 있는 그림들은 어릴 적 보아온 고향의 ‘순수한 추억들’을 담고 있습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 푸르디 푸른 산, 넘칠 듯 넘쳤던 영산강의 추억, 나주의 평야….’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늘 존재하고 있어요. 이러한 이미지들을 응축해 표현함으로써 작품을 본 관객들이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으면 싶었죠.

그림은 돌아가신 저희 아버님 권유로 시작했습니다. 중학교때까지 태권도 전남대표 생활을 했는데 외국에 계시던 아버님께서 제가 너무 힘들어 보이셨는지 고등학교 진학 당시 말씀하시더라고요.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어 상을 많이 타기도 했는데, 당시 ‘미술 명문’ 조대부고로 진학을 했습니다. 대학 진로도 서양화로 정하게 됐죠. 그렇게 지금까지 34회의 개인전과 50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지금까지 군대 시절을 빼 놓고는 줄곧 이곳에서 부모님과 살았습니다. 모든 남도인들이 그렇듯 우리는 아주 대단한 끈기와 집합체의 피를 물려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인·의’가 살아있는 하나의 덩어리로요. 예로부터 맛과 멋으로 풍부한 삶이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전해져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예술도 발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굉장히 큰 자부심이죠. 그래서 저 또한 고향땅에서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 없이 예술에 전념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이 자부심으로 꿋꿋이 화업을 해나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오는 4월 김냇과 갤러리 광주 본관에서 ‘Rumination’을 주제로 약 40일간의 전시를 계획중입니다. 최근 대작 위주로 30여점을 선정했고 광주비엔날레와 5월을 함께하는 전시입니다. 이전에 봤던 작품보다 더욱 간결하고 자유분방한 선의 세계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김양지 기자 yang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