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르는 달을 통해 엿보는 가치의 가변성
28일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개막
강원제 등 4명 참여…40여점 선봬
각각 키워드로 이분법적 대립 조명
“달 차오르듯 가치의 변주 그려내”
강원제 등 4명 참여…40여점 선봬
각각 키워드로 이분법적 대립 조명
“달 차오르듯 가치의 변주 그려내”
2023년 03월 23일(목) 13:48 |
![]() 강원제 작 NO.2760(Chaosmos)/ 2023/ mixed media/ 160.5x155cm.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광주시립미술관은 제23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위상의 변주’를 오는 28일 개막식과 함께 7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초대전에는 강원제(대구), 유지원(광주), 김덕희(부산), 안준영(전북) 등 최종 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지역 대표 공립미술관의 추천과 세미나를 통해 참여가 결정됐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하나의 큰 주제, ‘위상의 변주’를 발견했다. 작가들의 작품에는 각각 다른 키워드로 그려낸 ‘이분법적인 대립’이 존재한다. 이 대립은 모두 대척점에 위치해 반대의 모습인 듯 보이지만, 따로 분리할 수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지러졌던 달이 차오르면서 달의 위상이 변화하듯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가치들이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강원제는 회화의 완성과 미완성, 완결된 이미지와 그리는 행위 등의 대립, 유지원은 삶의 터전과 폐허의 대비, 쾌적한 도시의 삶 이면의 소외와 파괴를 보여준다. 김덕희는 물질과 에너지, 밤과 낮, 혼돈과 질서의 순환을 보여주며, 안준영은 물리적 층위의 몸과 추상적 층위의 정신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이처럼 반대되는 지점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이들이 서로 연결돼 있어 분리할 수 없으며, 오히려 순환하며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제 작가는 예술의 형식에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194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작품의 결과보다 아이디어 혹은 제작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풍토가 등장하며, 전통적인 회화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잇달았다. 이를 이어받아 동시대 화가의 관점으로 풀어낸 그의 작품은 완성에 다다를 때면 또다시 해체하고 이는 다시 시작으로 이어져 순환한다.
![]() 유지원 작 Modern House/ 2022/ 나무, 판지, 아크릴/ 설치작.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 김덕희 작 밤 속에 녹아있는 태양/ 2021/ 파라핀 왁스, 염료, 캔들 심지/ 가변 크기 설치.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 안준영 작 수상한 움직임/ 2022/ 종이에 잉크와 연필/ 80×55cm.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지구와 달의 공전과 자전이라는 관계 속에서 달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여러 가치도 사회와 개인에 따라 또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위상이 낮아지거나 높아지기도 한다. 현재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저무는 때가 오기도 하고, 반대로 지금 소외받고 배제된 가치가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며 “전시를 통해 네 명의 작가들이 집중하고 있는 가치(개념)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위상의 변주에 대해 사유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개막식은 오는 28일 오후 4시30분에 시작되며, 하정웅 명예관장 내외도 참석할 예정이다. 바이올린 제작의 세계적 명인인 진창현 선생이 현악기 4종을 기증해 기증의 뜻을 기리는 개막 축하 공연도 진행한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청년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해 2001년부터 매년 ‘빛’이라는 타이틀로 개최되고 있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누고 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만 45세 이하의 청년작가 중 발전 가능성이 돋보이는 작가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23회를 맞이했으며 119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