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문희준> 봄철 화재 예방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자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
2023년 03월 26일(일) 15:03
문희준 서장
24절기 중 네번째 절기(節氣)인 춘분(春分)이 지났다. ‘명백한 봄’, ‘마음이 설레는 절기’라는 뜻이 있으며, ‘낮과 밤 길이가 12시간으로 같아지는 시기’라는 다른 뜻도 있다. 즉, 봄과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절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춘분은 예로부터 중요한 시기로 여겨져 수많은 저서에 기록됐고, 우리 조상들은 춘분을 전후해서 봄보리와 논밭을 갈고 들나물을 캐먹었다고 한다. 또 이 때 날씨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년을 점치기도 했는데,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면 열병이 들어 만물이 자라지 못한다 하여, 구름이 많고 어두운 것을 좋게 여겼다고 한다. 또한, 나이떡을 먹거나 콩을 볶는 등 첫 출발을 좋게 시작되기를 바라며 미래를 기원했다.

이처럼 춘분은 겨울이 지나고 새해 첫 농사를 시작하는 계절로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며, ‘火’로부터 가장 취약하면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광주 지역에서는 최근 5년(2018년~2022년) 봄철 기간동안 총 1154건의 화재로 인하여 4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5년간 계절별 화재 건수 중 봄철 비율을 보면 28.2%, 계절별 화재 사망 건수에서도 34.3%로 높게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목할 점은 봄철 화재 절반 이상인 60.4%가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주요 원인은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경우 등이었고 화재가 주로 발생한 장소는 야외·도로 등이 53.3%, 주거시설이 33.7%를 차지했다.

특히 봄철은 연중 산불이 57%가 발생하는데 그 원인은 강수량이 적은 특성과 다른 계절에 비해 바람의 세기가 가장 강한 시기이며, 고온현상으로 불이 쉽게 번지고 등산객들로 인한 입산자 실화가 늘어남에 따라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은 가뭄이 심각하고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음’ 단계로 ‘火’에 더욱더 취약하다는 시기이다.

이에 큰 화재로 번질 위험성이 높은 봄철에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첫째, 광주 기준 최근 5년간 부주의 화재 중 담배꽁초 무단투기로 인한 화재 사고가 47.1%(64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지정된 장소 외에서 흡연을 하거나, 차량 주행중 또는 창밖에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리는 행위 등이 원인이다. 이에 따른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니 화재 발생의 주범이 되는 담배는 지정된 장소에서 흡연하고, 흡연 후 불씨가 확실히 꺼졌는지 여러 번 확인하자.

둘째, 농작물 부산물과 쓰레기 소각은 산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산불화재로 번질 수 있다. 농작물 부산물은 지자체장의 쓰레기 처리 예외규정을 적용해 고정시설로 쓰레기 소각을 허가받은 경우가 아니면 모두 불법 쓰레기 소각에 해당이 된다. 또한, 산이나 인접 지역에 불을 피운 경우, 불을 가지고 들어간 경우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이며 과실로 산불을 낸 사람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셋째, 따뜻해진 기온으로 야영장의 캠핑 인구도 증가하는 계절인 만큼 숙박시설, 캠핑장, 펜션 등에서의 화재 및 가스중독 예방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사용 시 과열의 원인이 되는 과대불판 등 조리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부탄 가스용기는 화기 주변에 보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텐트 내·외부에서 난로 등 난방기구 및 화로대를 사용하는 경우 인접한 가연물에 불이 옮겨 붙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질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변에 소화기, 일산화탄소 감지기 등 안전장치를 비치하는 것이 좋다.

넷째, 가정에서 발생하는 화재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이 음식물 탄화와 전기적 단락이다. 문어발식 콘센트와 음식물 과열이 대표적인 주택화재의 원인이 된다. 평소 가스레인지 점화 후 자리 비우기 금지 및 노후된 전기제품 교체를 실시하고 아울러 일반주택의 경우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의 설치로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과 경보시스템을 꼭 갖추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산불은 일반 화재와 달리 소방차 접근이 어렵고 인적이 드물며 사람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서 발생하므로 진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사회적 복구비용도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 많은 경제적비용과 시간이 든다. 한순간의 부주의가 큰 산불로 번질 수 있는 만큼 화재예방을 생활화해 소중한 우리의 산을 보호해야 한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춘분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렸다’고 한다.

그만큼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에 ‘火’라는 무서운 존재로부터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였다. 과거 선조들의 마음가짐처럼 항상 ‘火’라는 존재에 대하여 경각심을 고취하고 우리에게 물려주신 재산을 소중하게 보호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