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수완박' 유지에 여야 공방… 정부 시행령 추진 땐 전면전
국힘 "거대 야당에 면죄부 줘…의회 폭거"
민주 "법 효력 인정…한동훈 자진사퇴해야"
2023년 03월 26일(일) 16:15
지난해 4월 서울 국회 여의도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찬성 17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에 여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한동훈 법무장관은 검찰 수사권 확대가 헌재의 벽에 막히자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 돌파하겠다고 시사해 여야가 전면전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이 가결을 선포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이 두 법안의 통과를 선포한 행위를 무효화해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은 여야 간 공방 소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에게 면죄부만 줬다”고 평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토론과 합의가 우선돼야 할 의회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판결이란 점에서 심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분명한 점은 국회 법사위에서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킬 때 민주당이 자행한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은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재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도 명백히 존재했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 헌법적 권한과 민주적인 질서를 구현해 운용돼야 하지만, ‘검수완박’법은 오히려 절차적 오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어제도 오늘도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민주당은 오늘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축배를 들것이 아니라, 참회록을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의장을 향한 심판도 청구했던만큼, 당시 의장을 향해서는 “회기 쪼개기, 무제한 토론 제한 등 반헌법적 행위를 직접 자행함으로써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선 ‘검수완박’법의 효력이 인정된 점을 강조하며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한동훈 장관의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와 함께 사법제도 논의를 촉구하며 ‘검수완박의 강’을 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주민 의원은 “헌재가 법무부, 검찰의 권한쟁의를 각하했다. 청구인 한동훈 장관의 심판청구는 청구인 적격이 없다는 결정”이라고 썼다.

박 의원은 “헌재는 ‘헌법은 검사의 수사권에 대해 침묵한다’며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지 여부는 법령에 의한, 즉 입법권자인 국회의 권한이자 판단사항임을 명시했다”며 “한 장관이 그동안 해왔던 주장의 논거 대부분이 틀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입법권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라며 “검찰기득권 유지와 검사독재 정권 안위를 위해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초래했다. 한 장관은 이번 결정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자진사퇴 않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 탄핵 주장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다만 당내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니라 또 한번의 장관 탄핵 국면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서울=김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