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 물씬… 동구로 '예술여행' 떠나볼까
동명동 근대가옥 리모델링 ‘인문학당’
서양·일본·한국 건축양식 혼재된 가옥
‘여행자의 집’서 관광 콘텐츠 등 제공
충장22·미로센터 등 도시재생 공간도
증심사길 드영미술관 등 갤러리 밀집
2023년 03월 26일(일) 17:17
동구 인문학당 전경.
바람 한 점에도 마음이 일렁이는 계절이 왔다. 커피 향 가득한 동리단길, 민주화의 역사가 숨 쉬는 금남로, 광주 상업의 흥망성쇠가 깃든 충장로, 벚꽃 핀 무등산 아래 줄을 선 미술관들. 어쩌면 동구는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자치구일지 모른다. 동구도 ‘예술여행의 시작’이라는 콘셉트로 광주 필수여행 코스를 홍보 중이다. 동구에서 꼭 방문해야 할 문화예술 공간을 소개한다.

지난해 개관한 ‘동구 인문학당’은 옛 전남도청의 공무원이었던 김성채씨가 지난 1954년 지은 근대가옥을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한국식, 서양식(이탈리아), 일본식의 건축양식이 혼재된 이 건물은 김성채씨의 후손이 머물다 빈 곳으로 버려져 있었다. 동구가 해당 부지를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면서 철거될 운명이었지만, 건축학적 가치를 지닌 근대가옥을 보존하자는 지역민들의 요구에 따라 보존키로 결정, ‘인문도시’를 지향하는 동구만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동구 인문학당’은 기존 근대가옥을 리모델링한 본채, 새로 증축한 인문관과 공유부엌으로 이뤄졌다. 마당에는 온돌을 연결하던 굴뚝과 장독대 터를 활용한 작은 연못이 있다. 곳곳에 작은 그림과 오브제를 새겨 넣었으며 누구나 다실과 본채 다락방을 채운 만화방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락방 음악여행, 채식 요리 수업 ‘기후밥상’ 등 주민을 상대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현재 인문관에서 ‘추억의 소년 소녀 도서전’이 진행 중이다.

동구 여행자의 ZIP 2층 라운지 모습.
인문학당과 멀지 않는 곳에는 여행자 편의 공간인 ‘여행자의 집(ZIP)’이 있다. 이 건물은 1980년부터 2007년까지 27년간 전남도 교육감 관사로 사용됐던 곳이다. 한때 광주 걸스카우트의 사무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동구는 관광객과 일반 광주시민들이 이곳에서 광주의 관광 콘텐츠와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여행자의 집(ZIP)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관광안내센터(안내데스크, 물품보관소 등) △지퍼샵(광주 기념품 판매) △웰컴라운지(실내라운지·실외테라스) △지퍼 펜트리(식료품 제공) △여행자 연구소(사무·회의공간) △무등의 공간(기념 포토존) 등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무료로 지퍼 펜트리에서 다과를 즐길 수 있고 여행 일회용품도 챙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체험형 관광 패키지 ‘ZPTI’에 참여하고 다양한 광주여행 미션 등을 계획할 수 있다.

예술의 거리 중심에 있는 ‘미로센터’와 충장로 중심에 있는 ‘충장22’는 동구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이다. 한 미술학원 건물을 리모델링한 미로센터는 무등갤러리, 극장, 책방, 야외공연장 등이 혼합된 문화공간이다. 충장로 22번지에 있는 충장22는 폐업한 지 오래돼 도심 흉물이었던 간장공장 터와 도매상가 건물을 활용한 곳이다. 충장22는 지하 1층과 지상 4층 규모로 다목적 전시공간과 지역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공간 22개, 공유 오피스,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1층에 충장로 역사를 설명한 여러 전시품은 덤으로 관람할 수 있다.

두 건물은 주민공동 이용시설, 예술가 활동 지원, 주변 상가와 콜라보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활동 거점 역할을 다하고 있다. 공간 대여는 각각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무등산 증심사길에는 국윤미술관, 우제길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드영미술관, 의재미술관 등이 줄지어 있다. ‘운림동 미술관 거리’라고도 한다. 특히 영원한 젊음이라는 뜻의 ‘드영(de young)미술관’에서는 박지택 화백의 기증작품전 ‘심상의 세계’가 진행 중이다. 원로 작가 박지택이 미술관에 기증한 다수의 작품 중 12점과 그가 새롭게 제작한 신작 17점을 통해 오랜 시간 미술계에 몸담은 그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화운동 광장,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일빌딩245, 광주극장, 충장공예갤러리, 비움박물관, 은암비술관, 시인 문명란의 집, K-POP 스타의 거리 등 동구지역 봄 여행 콘텐츠는 다양하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