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92-4> 마한 역사는 광주 역사의 시작이다
최영주 선문대 사학과 교수
2023년 03월 26일(일) 18:47
최영주 선문대 사학과 교수
2022년 1월18일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역사문화권정비법)’의 마한역사문화권 정의 부분의 개정에 따라, 비로소 광주시는 마한역사문화권에 포함됐다.

그동안 광주시는 마한역사문화권에 있어 광주의 역사성과 위상을 조명하는 다양한 학술회의를 추진하고, 기존 시립민속박물관을 역사민속박물관으로 재개관하는 등 마한사 정책개발에 힘써왔다. 또한 광주 신창동 유적(사적 제375호) 일원에 ‘마한유적체험관’을 개관하는 등 마한사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렇듯 광주시가 지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마한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마한은 대체로 경기, 충청, 전라지역에 분포했고,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6세기 전엽까지 존재했다. 전라지역 가운데 광주, 전남, 전북(고창)지역은 마한이 소멸되기 직전까지 찬란한 마한의 역사와 문화를 꽃피웠다.

광주는 마한 소국 중 구사오단국으로, 영산강변에 대규모 취락유적이 분포한 모습은 고대 도시의 면모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나주·영암 등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신창동 유적은 마한의 시작을 알리는 농경과 교역의 중심지로서 국가사적에 지정될 만큼 이미 역사적 가치가 입증됐다. 영산강변의 농경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복합유적은 마한 소국의 중심지에 대한 실체적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광주가 통일신라시대와 후삼국시대에 중심 도시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광주의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고 연구하는 시발점은 마한사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문화재청에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기본계획 관련 용역을 수립하면서, 과연 어느 곳이 건립대상지가 될지 주목된다. 언론의 동향을 분석해보면, 전남도의 나주시, 영암군, 해남군이 적극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전남에는 이미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복암리 고분전시관 등이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광주는 신창동 유적을 비롯한 다수의 복합유적의 역사적 가치가 입증돼 나주와 영암에 비견될 만큼 마한 중심지로서 면모를 보인다.

여기에 더해 풍부한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시민의 접근성이 쉽다는 점에서 광주시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가 건립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가 광주에 설립되는 것은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시민이 향유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최근 마한이 역사교과서에 3줄만 기록된 것에 반해 가야는 3쪽 분량으로 가야사에 대한 인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마한사가 가야사 연구에 비해 소외된 것은 학술적 연구가 부족한 면이 크며, 지자체와 시민의 관심이 부족했던 면도 있었다. 아시다시피 마한은 문헌 기록이 매우 부족해 고고학 자료만으로 마한사를 연구하는 실정이기에 체계적인 학술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마한유적체험관’에 많은 사람이 가족과 함께 체험하면서 마한 문화와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광주시는 마한 연구를 조사와 연구 부문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조사 부문은 마한 유적 및 유물자료 집대성, 정밀지표조사 및 학술 조사를 통한 종합보고서를 발간하는 등의 마한역사문화권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주요 유적지를 사적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연구 부문은 연구 주제와 분야별로 국내외 공동 연구 및 국제학술대회를 자주 개최해 마한의 실체 연구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시민답사 및 교양강좌, 체험을 통한 교육과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마한 역사가 역사교과서에 많은 부분이 반영돼야 하기에 전남과 전북의 협력 속에서 광주의 마한 역사교과서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광주 시민의 역사적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마한역사문화권의 조사와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광주를 비롯한 전남과 전북의 마한 역사문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광주시의 정책개발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묻혀있던 광주지역 마한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새롭게 설정된 ‘마한역사문화권’이 광주 시민의 삶과 미래의 광주발전을 위해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지는 우리가 마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향유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