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곡관리법, 재정낭비보다 안보 중시해야
野 단독처리에 정부 거부권 시사
2023년 03월 27일(월) 18:45
야권의 단독처리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숙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당사자인 지역 농민단체도 27일 법안에 대해 혹평하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먹거리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식량정책마저 여·야가 대립하고 당사자마저 반대하는 상황이 유감스럽다.

양곡관리법의 핵심은 쌀 초과생산량이 3~5%를 넘어 쌀값 하락이 우려되는 경우나 쌀값이 평년보다 5~8%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수확기에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식량자급률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식량안보를 확립하자는 것’이라고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정의당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득실만 따진 포퓰리즘 입법’이라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쌀 소비가 줄고 밥상용 쌀까지 수입되는 현실에서 양곡관리법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완벽한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농민의 생활 안정과 식량안보를 위해 일정한 조건에서 매입을 의무화 하자는 민주당 안이나 의무 매입 시 소비가 줄어드는 쌀이 과잉 생산되고 정부의 수매와 보관을 위한 재정 부담이 커진다고 맞서는 국민의힘 주장도 어느 한 쪽만이 옳다고 할 수 없다. 농민회도 입법을 주도한 민주당을 향해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반복되는 쌀값 폭락 속에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식량안보를 지키고 망가진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회복시킬 것인가 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국가의 전략적 자산인 쌀을 지키는 것 또한 국가의 책무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투자다. 정치권은 무책임한 정쟁에서 벗어나 전략 자산인 쌀을 지키기 위한 농가 지원과 농업 구조 개선에 대해 진지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의 결단도 중요하다. 거부권 행사가 최선이 아니라 입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법의 취지를 살리는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재정 부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량안보임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