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정아이파크 해체에 HDC 명운 달렸다
서구 ‘5월 철거’ 조건부 승인
2023년 03월 28일(화) 18:24
지난 해 외벽 붕괴로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로 방치된 광주 현대산업개발(HDC) 화정아이파크 철거 작업이 5월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아파트를 건설하던 중 전체를 허물고 재시공하는 것도 사상초유의 일이지만 지상 39층의 초고층 건축물을 철거하는 것도 유례 없는 일이다. 지금도 진행중인 부실시공의 폐해를 거울 삼아 2차 피해가 없는 안전한 철거를 기대한다.

28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국토안전관리원이 검토를 마친 HDC화정아이파크 해체 안전관리계획서를 지난 23일 조건부 승인했다. 서구와 국토안전관리원은 타워크레인이 6~7톤에 이르는 잘린 코어와 기둥 무게를 견디면서 지면으로 안전하게 내릴 수 있는지 인양 능력을 검토했다. 철거시 파편과 비산 먼지를 막기 위해 건물 3개 층에 설치하는 ‘해체형 이동 작업대’와 건물 벽체간 적정 거리와 안정성도 검토했다. 해체 중장비를 건물에 올릴 때 지지대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과 안전 거리 확보 사항 등도 점검했다.

특히 서구는 안전한 철거를 위해 HDC측에 10여 개의 서류 보완을 요구했다. 쇠파이프로 수직 하중을 분산시키는 ‘잭서포트’를 해체하면서 이를 어떻게 반출하겠다는 계획과 해체를 위해 상층부로 올라가는 굴삭기의 동선에 맞춰 적정한 이격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서구는 보완이 완료되면 화정아이파크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해제할 방침이다. HDC는 8개 동 전체 철거에 앞서 시스템 비계 설치 등 사전 작업을 거쳐 이르면 5월 말 철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HDC는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비롯해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 등으로 지역민의 신뢰를 잃었다. 서구와 관계당국은 HDC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라 철거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큰 인명 피해와 막대한 추가 비용 발생까지 부실공사가 불러오는 폐해는 이미 HDC가 보여줬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HDC가 추진할 이번 철거 과정이 HDC의 명운을 결정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