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확장없이 아파트 신축 허가… 교통체증 심각”
옛 호남대 터 인근 주민들 반발
900세대 입주시 교통지옥 우려
‘교통영향평가’ 1차로 확장 그쳐
“인근 주민 공청회 배제” 주장도
2023년 05월 22일(월) 18:29
광주 서구 쌍촌동 상무힐스테이트와 신축중인 아파트 사이 도로가 출퇴근시간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상무힐스테이트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광주시가 대규모 입주로 교통량 급증이 예상되는 신축아파트 사업을 승인하면서 도로 확장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900세대 규모의 해당 아파트에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될 경우 출·퇴근 시간대 교통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서구 쌍촌동 옛 호남대 터 20만9940㎡(6만3507평) 부지에 연면적 64만866㎡(19만3862평) 규모로 GS건설이 9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이 아파트 시행사는 단지를 중심으로 동·서 방향으로 3개 출입로 개설 계획을 세웠다. 서쪽 출입로는 5·18학생교육문화회관 방향이며, 출입구 앞 기존 8m 폭의 2차선 도로는 19m 폭 4차선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동쪽 출입로는 인근 330세대 규모 상무힐스테이트와 마주보는 방향으로 1곳,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마주보는 방향으로 1곳이 개설된다.

문제는 신축아파트와 상무힐스테이트, 출입국관리사무소 사이 4m 안팎의 도로에 현재도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무힐스테이트 건설 당시 현대건설이 광주시에 기부채납한 이 도로는 폭 4m, 왕복 3차선이 200m 이어진 뒤 왕복 2차선으로 좁아진다. 특히 광·송간도로로 이어지는 방향 도로는 1차선에 불과해 출·퇴근 시간대 이 도로를 빠져나가는데만 40여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5년 신축아파트 입주시 해당 도로 이용차량이 3000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교통체증으로 인한 거주자들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아파트 사업계획에는 교통대책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교통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상무힐스테이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매일 도로에서 40분에 달하는 교통정체를 경험하고 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교통영향평가엔 이런 부분이 전혀 반영이 안됐다”며 “교통영향평가 당시 전체 회의록을 요구했지만 시청은 거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광주시에서는 교통 영향평가 결과를 두고 관련 부서간 서로 다른 입장이다.

광주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출입구가 상무힐스테이트 방향으로 돼 있어 교통 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 교통영향평가 심의때 여러차례 보완을 요구했었다”며 “보호수 철거가 불가능하고 차선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않아 승인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대로 통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건축허가 승인 부서인 주택과의 답변은 다르다. 건축 승인은 교통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선행돼야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출입구 2개가 상무힐스테이트 방향으로 설치되는 만큼 4차선으로 도로 확장을 고려했으나, 옛 호남대 입구쪽에 보호수가 있어 3차선 도로가 최선이었다는 답변이다.

주택과 관계자는 “GS건설 신축아파트 세대의 80%는 상무힐스테이트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에 밀집돼 있고, 주 출입구 앞 도로는 4차선으로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상무힐스테이트 방향으로는 130여 세대가 들어서기 때문에 우려할 만큼 교통체증이 심각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민 의견대로 4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 보호수 이설 등 여러 방향을 고민했지만 모두 적절하지 않았다. 3차선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공청회에서 배제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광주시는 2020년 6월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주민공청회를 개최했다. 당시 광주시는 시 홈페이지와 언론사를 통해 공청회 개최 사실을 알렸지만 인근 주거지역 주민들에게는 공청회 개최 정보를 직접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청회 소식이 기사화된 매체도 단 1곳에 불과했다. 공청회에는 7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무힐스테이트 아파트 주민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고 교통체증 문제도 공론화 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광주 상무힐스테이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광주시청에서 집회를 열고 옛 호남대 쌍촌캠퍼스 주변 도로 확장을 요구했다.

상무힐스테이트 비대위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출입구가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를 향해 난다는 정보를 최근에서야 들어 뒤늦게 비대위를 꾸릴 수밖에 없었다”며 “공청회에 대한 정보도 당시엔 전혀 듣지 못했으며, 설계도면 조차도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오는 24일에도 교통문제 해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