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오월 은인' 만남 주선한 5·18조사위
43년 전 은인이라 소개했지만
"교차 검증 부족 책임 커" 비판
2023년 05월 25일(목) 18:12
지난 24일 광주 북구 임동 한 병원에서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 박윤수(사진 오른쪽)씨와 그를 구해준 것으로 추정됐던 시민 신봉섭(사진 중앙)씨가 만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5·18 당시 부상당한 계엄군과 병원으로 이송시킨 광주시민의 만남을 주선했으나 증언을 대조한 결과 다른 사람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조사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광주 북구 임동 한 병원에서 20사단 당직병 출신 계엄군 박윤수씨와 5·18 당시 택시기사로 일했던 신봉섭씨가 만났다.

박씨는 1980년 5월21일 광주 진입 도중 광주톨게이트 주변에서 시민들과 마주친 뒤 던져진 돌이 머리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 한 광주시민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치료를 마친 뒤 28일 부대로 복귀했다.

이후 전역한 박씨는 그간 자신을 구해준 시민을 수소문하던 중 조사위의 도움을 받아 신씨를 만나게 됐다. 조사위는 이들의 진술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점에 따라 박씨를 구해준 은인이 신씨인 것으로 결론짓고 박씨의 요청에 따라 만남을 주선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당시 박씨를 구해준 시민이 신씨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리어카에 실린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기억했으나 신씨는 ‘부상당한 계엄군을 택시에 싣고 이송했다’고 말했다. 또 신씨는 ‘당시 이송했던 병원이 이곳이 아니다’고도 덧붙였다.

상봉식을 마친 조사위는 박씨가 다른 시민에 의해 이곳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신씨도 다른 계엄군을 구조한 뒤 지역 한 병원으로 후송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위는 이에 대해 “교차검증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고, 지역에서는 조사기관의 성급한 결론에 비판이 쏟아졌다.

한 5·18 단체 관계자는 “당시 군인들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례가 한 두개가 아닌데 이들의 말만으로 성급하게 만남을 주선한 것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지 못한 조사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사위 관계자는 “두 사람의 진술이 상당히 겹쳐 박씨를 옮겨준 시민군을 신씨로 추정했다”고 해명하며 “박씨를 리어카로 이송한 시민과 신씨가 병원으로 옮겨준 계엄군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