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요 급증하는데… 지역 여행사 인력난에 한숨
국제선 이용객 1년새 6.5배↑
대규모 여행사들 공채 줄이어
소규모 여행사는 충원 골머리
고물가로 마진율 낮아 이중고
2023년 06월 08일(목) 17:26
광주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한 여행사가 평일 운영을 하는 영업시간임에도 직원 없이 불이 꺼져 있다.
“코로나 때 떠나버린 인력풀이 회복되지 않아 직원을 구할 수가 없어요. 소규모 여행사들은 예전에도 인력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요즘에는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엔데믹을 맞아 급증하는 여행 수요와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아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본격적인 인력 충원에 나선 가운데 지역 소규모 여행사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심해진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항공사를 이용한 국제선·국내선 여객 수는 932만9254명으로 지난해 5월(753만8000명)보다 23.8% 증가했다.

특히 국제선 이용객은 지난해 5월 55만6000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5월 360만1000명으로 6.5배 폭증했다.

이처럼 코로나 종식과 극성수기를 피해 일찍 여름휴가를 떠나는 이들로 물밀듯 밀려드는 여행 수요에 국내 대형 여행사들은 수년 만에 공개채용을 재개하는 등 본격적인 인력 충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동안은 코로나 여파로 인원을 대폭 조정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만 수시로 채용했지만, 여행업이 회복 수순을 밟으며 대규모의 신입사원 선발이 물꼬를 튼 것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이달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작했다. 채용 예정 인원은 100여명대로 창사 이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모두투어의 경우 최근 채용연계형 인턴십 제도를 통해 20여명을 채용했으며 하반기 채용형 인턴십을 추가 진행할 방침이고 교원투어는 지난 4월 처음으로 두 자릿수의 상반기 신입·경력 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해 지난달 말 기준 인력 규모를 270명까지 확대했다.

문제는 지역 소규모 여행사들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각국의 시차 문제 등에 따른 열악한 업무 특성과 낮은 임금 등으로 인력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여행업계를 떠나버린 인력풀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박모(58)씨는 “최근 여행 수요가 확실히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 문제는 일은 늘어나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전에만 해도 5명의 직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명의 직원과 모든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출장 갈 직원이 없어 일을 받아오고 싶어도 욕심껏 받아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유럽이나 미국 등 노선은 전문 인솔자라고 패키지사에서 다니는 인솔자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을 하루에 20만원씩 주고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항공료와 식비, 부대비용 등의 물가 상승으로 패키지 가격이 코로나 이전보다 확연히 오른 것도 소규모 여행사에게는 부담이다.

박씨는 “예전에는 500만원이면 미국행 티켓도 구했는데 이제는 700만원 이상이다. 항공료며 물가며 모든게 올라 패키지 가격이 높아진다”며 “그러면 저희는 오히려 전보다 수수료를 더 낮게 책정해서 판매를 하는 수밖에 없다. 수요가 늘어나도 마진율은 더 낮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광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또 다른 대표는 “옛날에는 수수료가 12% 정도 됐다면, 지금은 많아봤자 7%이고 대부분 5%를 넘지 않는다. 만약 100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면 우리에게 남는 금액은 5만원인 셈이고 그 상품 100개를 판매해야 500만원인데 여기서 임대료에 공과금에 직원들 임금까지 충당하려니 임금 체계가 변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마음 같아서는 고생하며 일하는 직원들 월급도 많이 주고, 함께 즐겁게 일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털어놨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