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그래, 기적을 만들어 보자꾸나
노병하 논설위원 겸 사회부장
2023년 06월 29일(목) 12:39 |
노병하 부장 |
관내 11개 학교 장애·비장애학생, 지도교사 등 38명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행사명은 ‘2023 광주 장애학생 e페스티벌 대회’.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됐다. 정보경진과 e스포츠로 나눠 총 4개 종목이 펼쳐졌다. 이번 현장은 응원과 열정,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가득해 현장을 방문한 전남일보 사회부 기자 2명까지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성악을 전공하고 싶다는 풍암고 3학년 박지호 학생은 악보를 보고 뮤직블럭을 끼워넣는 코딩체험에서 엄청난 청음을 자랑해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또 e스포츠 현장경기는 특수·일반학급 학생이 2인1조로 팀전을 하는 TFT·모두의 마블 두 종목이 진행됐다. TFT는 지난 2019년 공개된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오토 체스 장르로, 주어진 기물·특성을 사용해 제한시간 내 상대를 제압하는 게임이다.
TFT 첫 경기에 나선 송광중과 신가중 선수들은 경기석에 앉자마자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관람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학생·지도교사들은 ‘떨지마! 잘할 수 있다! 기적을 만들어보자!’고 힘을 북돋았다.
심판의 안내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차분히 자신의 기물을 옮겼다. 먼저 차례를 끝낸 한 선수는 제한시간까지 이동을 완료하지 못한 팀원을 도와 가까스로 순서를 마무리해주기도 했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양상에 응원석에서는 ‘제발 이기게 해주세요’라며 승리를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의 마블 경기에서는 금호초 학생 4명이 A·B 팀으로 나눠 경합, B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의 마블에서 승리한 B팀의 경우, 특수학급 학생이 경기 진행 과정에서 어려워하자 일반학급 학생이 직접 경기 대기장 코드를 입력해주는 등 상호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즘 광주는 장애인 정책에 있어 e스포츠를 도입,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장애인 선수단 ‘무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간 장애인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단순 노동직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새로운 장이 열렸다. 비장애인도 힘든 프로 게이머를 향한 도전이다. 아직 광주에서 정식으로 e스포츠 장애인 프로게이머는 탄생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나아가 학생들 역시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이면서 광주는 장애인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 어쩌면 장애인들의 직업군에 대한 새 길을 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가만 있으면 발전도 없다. 다같이 뭐라도 해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기적을 만들수도 있지 않겠나. 광주 장애인들의 e스포츠 파이팅을 기원하며 당신들의 현장에 전남일보도 늘 같이 있을 것임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