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 전공자가 그려낸 ‘동도서기’ 문자도
김수연 개인전 ‘해피 라이프’
12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서
상형문자 ‘초기 한자’ 모티브
전서체의 회화적 감성 ‘주목’
2023년 07월 04일(화) 17:29
김수연 작가의 개인전 ‘Happy Life(해피 라이프)’가 오는 12일까지 광주 동구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도선인 기자
근대화를 앞둔 19세기 조선에서는 ‘동도서기’ 구호가 퍼졌다. ‘동도서기’에는 동양의 우월한 사상을 추구하면서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이겠다는 화합 정신이 깃들어 있다. 김수연 작가는 ‘동도서기’ 정신에서 착안한 문자도를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설화나 만화를 모티브로 한 동양적 주제를 서양적 기법으로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동도서기 화법을 그려진 김수연 작가의 문자도를 오는 12일까지 광주 동구에 있는 무등현대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 작가는 일곱번째 개인전인 ‘Happy Life(해피 라이프)’에서 행복(幸福) 용(龍) 운(雲) 봉(鳳) 락(樂) 등의 한자어를 전서체로 재구성해 회화 40여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문자를 이용한 작품을 하고 있다. 인류가 처음 쓰기 시작한 문자는 모두 상형문자인데, 초기의 한자인 전서가 이에 해당한다. 한자의 서체는 전서, 예서, 초서, 행서, 해서가 있는데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서예를 배우면서 전서체의 회화적 느낌에 주목했다. 특히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시와 한학을 공부한 김 작가의 이력이 ‘동도서기’라는 독특한 작품 세계관을 이뤘다.

작품에서 서양적 분위기는 작업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작가는 밑 작업을 끝낸 캔버스에 돌가루와 아교를 섞어 나이프로 덧칠하고 문지르는 과정을 거쳐 색을 입혀가는 작업을 한다. 오랜 주제였던 용(龍)의 변형과 변주를 하여 덕(德) 화락(和樂) 흥(興) 등의 문자를 재구성하고 거기에 모노톤 또는 파스텔톤의 색채를 덧입힘으로써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표현기법은 논리적이거나 묘사중심에 반해 감성 제일주의로 일관하고 있으며 덜 다듬어진 듯한, 그러나 폭발적인 힘으로 분출되는 감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작들도 민화처럼 원근법이나 사물 간의 상호 비례나 입체감, 공간감이 무시되기도 하고 기하학에 가까울 정도의 좌우대칭형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김수연 작 행복. 김수연 작가 제공
김수연 작가는 “한시와 한학을 공부한 이력이 나만의 작품 세계관을 이뤘다. 이번 개인전을 계기로 나만의 감성을 확실히 찾은 것 같다”며 “앞으로 ‘행복’이라는 키워드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도 문자도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국립광주박물관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6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비롯해 한국 중국 현대미술교류전, 한국 베트남 프랜드십 특별전, 광주아트페어, 부산아트페어 등 비중 있는 전시회에 다수 참여했다.

현재 아트 포럼 인터내셔널 회원,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회원, 광주·전남현대미술가 아팅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