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92>캄차카에서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3년 07월 06일(목) 15:17
DSC_6838(캄차카에서)
장마가 시작되어서 날이 후덥지근하다

금년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올 거라고 하는걸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음이다.

그냥 그대로의 자연현상인가

아니면 인간들이 저지른 죄 값인가

가뜩이나 짜증나는 소식만 들려오는 세상에

기대하는 것은 없다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죄 없는 술잔만 기울이고 있을 것인가



얼마 전 찾아 간 캄차카 풍경으로 달래본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곳이기도 하면서

누구나 쉽게 가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위도에 있는 때묻지 않은 자연과 연어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며,

화산활동이 활발해 여기저기서 노천온천수가 품어져 나온다.

어린 시절 냇가에서 동네 친구들과 물놀이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불곰을 불러놓고 노천 온천욕을 즐겼다.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하는 이 시점에

자랑이나 하고 있다고 탓하지 말고

술잔 앞의 안주라고 생각하시라



불곰의 초대를 받고도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핑계로 인사도 없이 돌아왔으니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고 나눠야 즐거운 것처럼

그놈 혼자서 기울이는 술잔과 온천욕에

무슨 낙(樂)이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