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아타이거즈>“영철이는 충암 역사상 최고의 좌투수”
‘스승’ 이영복 감독이 말하는 ‘특급 루키’
충암고 감독 20년 차…고교 야구 전설
윤영철 타이거즈 지명 앞서 3년 지도
2021년 대통령배·청룡기 2관왕 합작
2023년 08월 27일(일) 15:04
한국 U-18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영복 충암고 야구부 감독이 지난 23일 KIA타이거즈 퓨처스 팀과 연습경기를 위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한규빈 기자
“영철이는 말할 것 없는 선수죠. 야구를 워낙 잘하는 선수고 인성까지 갖췄으니까요. 어떤 지시를 하면 열정을 가지고 항상 열심히 따라주고, 개인 몸 관리 등 모든 부분에서 훌륭한 선수입니다. 충암 출신 왼손 투수들 중에는 영철이가 역사상 최고입니다”

충암초, 충암중 감독을 거쳐 충암고를 20년째 맡고 있는 ‘고교 야구의 전설’ 이영복 감독이 애제자인 윤영철의 홈그라운드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충암고가 아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었지만 제자를 향한 애정과 자랑스러움은 숨겨지지 않았다.

이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8 야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23일 오후 6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타이거즈 퓨처스 팀과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우천 취소되면서 실내 훈련장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이 감독 역시 애제자의 땀방울이 배어있는 훈련장에서 지도에 열중했다.

이 감독은 이날 훈련에 앞서 전남일보와 만나 “1학년 때부터 폼이 아주 유연해서 공을 던질 때 동작도 좋고 나무랄 데 없는 선수였다”며 “힘이 좀 붙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근력 운동을 시켰는데 2학년 때부터는 큰 선수가 되겠다고 느꼈다”고 고등학생 시절의 윤영철을 회상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윤영철이 충암고 재학 중이던 지난해 12월 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에서 아마특별상(선수 부문)을 수상했다. KIA타이거즈 제공
윤영철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충암중 시절부터 좌완 에이스로 위력을 떨쳤고 충암고 진학 후 1년 선배인 이주형(현 NC다이노스)과 원투펀치로 활약하면서 지난 2021년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와 제7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연속 우승을 합작했다.

이 감독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벽은 높지만 영철이는 잘할 것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며 “영철이는 자기 것이 있는 선수다. 처음에는 프로의 무게감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시즌 초반 한두 경기를 보니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범경기 때는 정말 잘했는데 정규시즌 처음 등판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고졸 신인들은 가라앉을 수 있는데 영철이는 자기가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경기를 할수록 더 좋아졌다. 그러면서 역시 프로에서도 성공할 선수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KIA 입단 후 ‘스마일 피처’라는 별명이 붙게 만든 특유의 미소 역시 충암고 시절 생긴 습관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 ‘웃으면 술술 풀린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상 쓰지 않고 웃으면서 경기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이 감독의 철학이다.

그는 “선수들이 긴장을 풀도록 훈련이든 경기든 항상 웃으면서 하게 한다”며 “영철이는 1학년 때부터 유난히 잘 웃었다. 마운드에 교체하러 올라가서 ‘이제 그만 던져라. 공 줘라’하면 씨익 웃으면서 더 던지겠다고 하는 참 별난 아이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어린아이가 생글생글 웃고, 공도 열심히 던지니까 아주 귀엽고 예뻐서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며 “제구가 무기니까 공을 오래 던질 수 있고 큰 부상 염려도 없었다. 특히 공을 던지면서 즐기는 선수였다”고 강조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윤영철이 지난 4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시즌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이 감독의 말대로 윤영철은 KIA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세 차례 등판에서 7이닝 6실점(평균자책점 7.71)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시범경기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8.2이닝 무실점으로 환골탈태하며 5선발로 낙점받았다.

이 감독은 “영철이는 시합 때 공을 던지면 자기 것이 있어서 훌륭하게 던지는 선수”라며 “윤영철만이 갖고 있는, 우리는 알 수 없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감독과 코치가 지시하는 것도 잘 따라 하지만 자기만의 것이 분명히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또 “고등학교 때는 공을 더 세게 던졌는데 프로에 와서 오히려 구속이 줄었다”며 “프로에서는 꾸준히 선발 등판을 해야 하니까 의도적으로 구속을 줄이지 않았나 싶다. 고등학교 때는 144~145㎞도 던졌는데 KIA 경기를 보니까 137~138㎞로 던진다”고 귀띔했다.

구속은 줄었지만 윤영철은 정교한 제구를 무기로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지난 18일까지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7승 5패, 평균자책점 4.15의 성적을 거뒀고, 피홈런은 6개에 불과한 반면 탈삼진은 54개를 챙겼다.

이 감독은 “영철이는 앞으로도 잘해줄 것이고, 1년에 10승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라며 “프로 첫 해에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거지만 영철이는 앞으로도 꾸준히 1년에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영철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KIA에서 열심히 잘해주고 있는데 앞으로도 부상 없이 활약해서 팀의 중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3~4년이면 충분히 중심 선수가 될 것이다. 지금도 7승을 하고 있는데 다음 등판에서 8승을 하고 9승, 10승도 금방 이뤄낼 것”이라고 애제자를 향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