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홍수·폭염…“기후변화, 그리고 위기”
제10회 무등현대미술관 환경미술제
‘물’ 테마 박기태·엄기준 등 7명 참여
예술작품 통해 ‘자연과의 공생’ 고찰
올봄 광주 제한급수 위기 등 모티브
거대한 자연 닮은 조정태 대작 눈길
‘물’ 테마 박기태·엄기준 등 7명 참여
예술작품 통해 ‘자연과의 공생’ 고찰
올봄 광주 제한급수 위기 등 모티브
거대한 자연 닮은 조정태 대작 눈길
2023년 09월 12일(화) 17:02 |
![]() 조정태 작 ‘포뢰의 바다’. 무등현대미술관 제공 |
박기태 작가는 설치작품 ‘균형’을 통해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자세는 무엇일지 질문을 던진다. 나뭇가지와 페트병 속의 물을 이용해 모빌을 만들었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물’은 식물을 성장시키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지만, 한쪽의 무게가 과하게 작용하면 그 영향이 다른 한쪽에 고스란히 전달돼 결국 모든 균형이 무너지고 만다. 이를 통해 생명과 물에 대한 순환과 균형의 의미를 고찰한다. 자연의 우위가 아닌 자연계의 한 종(種)으로서 인간을 바란본다.
엄기준 작가는 업사이클 방식으로 만든 설치작품 ‘버려진 것들’을 선보인다. 완도 금일도의 해변에 버려진 부표, 태극총 등을 작품 소재로 재활용했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과잉 생산과 소비를 비판한다.
윤성필 작가는 기후위기 끝에 도래하는 이질적인 풍경을 그린 ‘일어나선 안 되는’ 시리즈를 연작하고 있다. 가령 ‘눈 내리는 사막’과 같은 것이다. 이번 전시작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지 환경이 달라진 동식물들이 함께하는 미래의 바다를 표현했다. 작품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화면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한 상상이 곧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의 외침이 담겨있다.
이유빈 작가는 ‘섬’ 시리즈를 연작하고 있다. 이번에 그린 ‘섬’은 복잡한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와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기후 위기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위협 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에 머물고 싶은 욕구를 느끼곤 한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의 깊은 호흡은 고단한 일상과 멀어진 평온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정연 작가는 기후위기를 인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며 ‘물’ 본질과 영향력을 탐구한다. 물은 자연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가장 낮은 곳으로 스며들어 세상 모든 만물을 아름답고 윤택하게 만든다. 또 물은 부드럽게 흐르면서도 폭포처럼 힘차게 떨어지거나 중력을 거슬러 솟아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유연한 물의 성질을 오감을 통해 포착하고 이를 화폭에 녹여냈다. 특히 물의 본질이 담겨있는 순백의 설산을 묘사해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조성숙 작가는 자신을 은유하는 푸른 사슴의 이미지를 그렸다. 동시에 생명의 원천이자 근원인 ‘물’을 그렸다. 물은 떠도는 영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자연환경에 대한 고발보다는 자연의 긍정적인 생태 감수성을 강조했다.
조정태 작가는 강렬한 화풍으로 가로 488㎝의 대작을 선보인다. 출품작 ‘포뢰의 바다’는 불꽃이 튀는 듯 주황빛의 하늘과 이와 대비되는 짙은 남색의 파도가 거세게 밀려오는 바다를 묘사한 그림이다. 울부짖는 자연의 분노가 마치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듯 하다. 이내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존재를 실감한다.
전시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한편 무등현대미술관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예술작품을 통해 환경 관련 이슈를 담론화한 환경미술제를 열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