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 없다… 기아 무분규 타결 ‘기대감’
기본급 인상 등 잠정합의
쟁점 ‘정년 연장’ 내년 논의
‘동일 요구안’ 기아에 영향
금호타이어 “협상 지속”
2023년 09월 13일(수) 16:40
기아 오토랜드 광주 전경.
파업을 예고했던 현대자동차 노조와 사측이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기아 등 지역에 대형사업장을 둔 기업들의 무분규 타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현대자동차 노사에 따르면 전날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21차 임단협 교섭에서 이동석 대표이사와 안현호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위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20여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기본급 인상을 포함한 정년 연장 등 민감한 현안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최근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 합법적 파업권을 획득하며 21차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이날부터 14일까지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한 상태였다.

파업 목전에서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현대차가 향후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올해 임단협이 최종 타결된다. 무분규로 임단협을 최종 마무리 지을 경우 같은 그룹사인 기아는 물론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계 등 산업계 임단협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금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 연장 등을 공통으로 요구해 왔다.

이번 현대차의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400%+1050만원 △주식 15주 △재래상품권 25만원 등에 합의했으며 하계 휴가비는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고, 주간 연속 2교대 제도 포인트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밖에도 2년에 걸쳐 기술직(생산직) 11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

그동안 현대차가 우선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하면 이변 없이 예정된 수순을 밟아왔던 기아의 경우 현재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로 노사 간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만큼 무분규 타결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현대차, 기아 등의 요구안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던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정책, 사회적 인식 변화 등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노사협의 후 시행’을 골자로 하는 정년연장 관련 별도합의안을 마련키로 합의한 상황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의 요구를 이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한 셈이고, 사측 역시 가장 부담스러웠던 정책 및 사회적 합의에 대한 사전 조건이 생성된 셈이다.

완성차 업계의 무분규 타결이 가시화되자 금호타이어 등 관련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표출되는 분위기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앞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과 성과급 지급, ‘광주공장 설비 투자’ 등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지만, 현 공장 이전과 관련해 광주시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시기에 노조의 요구는 비판 여론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완성차 업계의 무분규 타결이 완료되면 같은 금속노조에 뿌리를 둔 타이어업계 역시 파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제지표는 물론 가뜩이나 ‘귀족노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나빠지는 상황에서 파업의 포문을 여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가 무분규 합의에 물꼬를 트는 데 성공한 만큼 지역에 대형사업장을 둔 다른 기업들의 임단협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이번 잠정합의에서 지난해 교섭에서 합의한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합의 사항 구체화와 연계해 국내공장을 중장기 미래사업 핵심 제조기지로 전환을 위한 ‘노사 미래 동반 성장을 위한 특별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회사는 전동화 전환 및 차체 경량화를 위해 완성차의 알루미늄 바디 확대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첨단 대형 다이캐스팅 차체 제조 공법인 ‘하이퍼 캐스팅’ 기술 내재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