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막겠다던 ‘일시이사 제도’ 되레 갈등 확대
완도 모 회사서 일시이사 고소
전임 대표 횡령 후 법원서 선임
횡령 소송 취하… 부당해고까지
검찰 “회사 손해부분 등 조사 중”
전문가 “제도, 회사 보호 어려워”
2023년 09월 20일(수) 18:18
해당 회사의 이사들은 지난 2009년부터 회사를 함께 운영한 동업자 관계로 지난 2021년 6월 일명 ‘완도 노화도 경차 추돌사건’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A씨가 자신의 차량으로 한 이사를 추돌하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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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의 한 레미콘 업체(유한회사·주식회사)에서 일시이사(임시이사) 제도를 통해 선임된 A대표이사가 특정 이사와 결탁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완도 레미콘 업체 전경. 독자 제공.
회사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임시(일시)이사제도가 경영 전문성 부족 등으로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회사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임시이사가 원리 원칙만을 적용, 경영·관리 위기를 초래한다해도 수사당국이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일 광주지검 해남지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 상법상 특별 배임 혐의의 고소장이 완도의 한 레미콘 업체(유한회사·주식회사) 직원들로부터 접수됐다.

직원들은 A씨가 레미콘 업체의 공금 약 4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B 전 이사를 해고하지 않는 등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20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의해 임시이사로 선임됐다. 해당 제도는 대표나 이사자리가 공석이거나, 주주간 분쟁 등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상법 제386조 제2항에 따라를 법원이 개입해 임시로 이사·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제도다. 이해관계가 없는 제 3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A씨의 경우 기존 회사 지분 50%를 갖고 있던 B씨가 회삿돈 44억원 가량을 횡령해 이사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이같은 제도를 통해 선임됐다.

앞서 지난 2021년 9월 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B씨에게 징역 5년, 회사 직원인 B씨 아들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각각 선고 했다.

법원은 또 B씨는 회사의 각 이사, 대표이사의 직무를 행해서는 안된다고도 판시했다.

직원들은 임시이사의 부임으로 회사가 정상화 될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는 건 A씨와 직원들간의 새로운 갈등이었다.

직원들은 고소장을 통해 A씨가 △횡령금반환 소송 취하 △직원 부당 해고 △횡령 직원 감싸기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부임 후 4개월만인 지난해 1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B씨와 관련해 소취하서를 제출·접수했다. 이에 따라 횡령금 관련 소송 중 2억원 가량의 소송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직원들의 해임·징계도 논란을 불렀다. 지난 5월 경영정상화·지시위반·불량 콘트리트 납품 등의 이유로 직원 4명 중 2명은 해고, 나머지 2명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해당 직원들은 전남노동위원회의 조정 결정에 따라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복직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횡령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B씨의 아들이 여전히 회사의 상무로 재직하면서 매달 400만원의 급여를 받는 것에 대해 직원들은 이해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주주 및 사원들은 내용증명 등을 통해 A씨에게 이들의 월급에서 횡령금을 가압류, 압류 해야된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반면 A씨는 원칙에 따라 회사를 운영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지난 8월 법원의 결정에 의해 부임해보니 지분을 갖고 있는 이사들끼리 감정의 골이 깊었다. 당시에 취임하기 전 형성된 회사의 관계는 전혀 관여치 않겠다고 했다”며 “취임 이후 부정과 비리가 나타나는 부분은 당연히 위법, 징계 조치를 했다. 한쪽 편만 들어주지도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횡령금 반환 소송 취하는 기존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의 선임 자격문제로 취하했다. 한쪽 측을 위해서 계속 변론을 해왔던 변호사를 그 소송을 진행하게 하도록 할 수 없어서 였다”며 “해당 변호사도 이해한 부분이다. 또 소를 취하하고 6개월 이내 다시 소송을 제기하면 시효 소멸 등의 불이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임시이사제도가 한번 선임되면 바꾸기 어렵고 일부 선임된 이사의 경우 회사 특수성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인해 되려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선대 김재형 법학과 교수는 “한번 선임된 임시이사를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위의 회사의 경우 법원에 임시이사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거나 이사해임청구권과 대표소송제기권 등을 행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의 방법 모두 개인이 대응하는 것은 힘들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처해야 한다”면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 한 변호사는 “임시이사 및 감사제도로는 궁극적으로 회사를 보호할 수 없다. 상장폐지를 당하지 않더라도 임시 감사와 이사로 구성된 상태로 회사를 유지하라고 두는 것은 기업 활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며 “회사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이사 등이 오게 되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해당 회사의 이사들은 지난 2009년부터 회사를 함께 운영한 동업자 관계로 지난 2021년 6월 일명 ‘완도 노화도 경차 추돌사건’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