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광주정신’ 의미와 가치, 오페라로 되새기다
<창작 오페라 ‘무등둥둥’>
1999년 초연… 5·18 소재 작품성 인정
음악·연극·무용 결합 융복합예술 ‘호평’
올해 ‘원 소스 멀티 유스’ 새 장르 선봬
“市 지원·시민 관심 통한 확장성 필요”
1999년 초연… 5·18 소재 작품성 인정
음악·연극·무용 결합 융복합예술 ‘호평’
올해 ‘원 소스 멀티 유스’ 새 장르 선봬
“市 지원·시민 관심 통한 확장성 필요”
2023년 09월 21일(목) 10:04 |
지난 2022년 콘체르토 오페라로 무대에 올려진 펠리체 솔리스트의 ‘무등둥둥’. 출처 펠리체 솔리스트 |
우리는 5·18을 소재로 하는 뮤지컬, 연극 등 각종 공연 예술 작품들을 접한다. 또한 수많은 창작 공연물이 무대에 올려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반복해 보고 있다. 창작 공연물 중 오페라는 막대한 예산과 오랜 제작 준비기간, 그리고 힘든 창작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다수의 오페라는 창작과 소멸을 반복하며, 모험과 같은 창작 오페라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문화예술에서 창작을 향한 노력과 진보적 예술의 지향성을 외면한다면 그 지역의 예술은 점차 소멸할 것임을 우리의 역사는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콘체르토 오페라로 무대에 올려진 펠리체 솔리스트의 ‘무등둥둥’. 출처 펠리체 솔리스트 |
오페라 <무등둥둥>은 2021년부터는 광주지역 전문 음악단체인 ‘펠리체 솔리스트(대표 강양은)’에 의해 3년 동안 보완과 수정을 거쳐 올려지고 있다. 음악적 보완을 위해 작년에는 콘체르토 오페라로 광주의 미디어아트 배경과 더불어 공연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올해는 음악의 나열식 구조를 보다 유기적으로 모아 서사적으로 보완해 보다 구조적으로 안정화를 꾀하는 한편, 여기에 희곡의 극적 요소와 영상이 합류했다. 전봉준, 유관순, 김주열, 윤상원, 이한열의 이름을 세상 밖으로 호출하면서 넓게는 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내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의 새로운 장르의 오페라로 지형을 넓혀, 지역 오페라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김미옥 예술 총감독은 유기적 화합을 위해 음악과 연출, 무대와 영상 감독들의 의견을 조화롭게 조절할 수 있어서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올해 오페라 <무등둥둥>은 효율적 오페라 제작 시스템을 통해 지역 민간 오페라단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과다한 경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8월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무등둥둥’ 공연 중 이한렬 열사가 쓰러지는 장면. 출처 펠리체 솔리스트 |
스토리 전개를 살펴보면 80년 5월 국가폭력에 맞섰다가 계엄군에게 학살당한 임신한 딸의 죽음으로부터 오페라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딸의 부모와 약혼자가 투쟁의 대열에 합류해 구두닦이 소년을 비롯한 평범한 광주 시민들과 함께한다. 오페라는 각 파트별 기승전결의 극적 드라마 장치를 배치해 10일간의 광주항쟁을 담아내고 있다.
눈 앞에서 벌어진 학살과 폭력 상황에서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인간의 공정한 도리로서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자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무대가 열기를 띤다. 도청을 사수하려는 어린 구두닦이 소년마저도 계엄군의 총에 죽음을 맞으면서 ‘정의’ 그리고 투쟁은 이제 민중에게는 죽음과 함께 불살라야 하는 하나의 명제가 된다.
분노의 아픔과 슬픔을 딛고 이한열 열사의 희생으로 잠시 민주주의 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세상은 여전히 암울하고 학살의 유혹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살아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죽은 자들의 넋들을 추념하면서 광주의 정의로운 정신을 기억하는 일일 것이다.
지난 8월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무등둥둥’ 공연 장면. 출처 펠리체 솔리스트 |
지난 8월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무등둥둥’의 출연자들. 출처 펠리체 솔리스트 |
오페라 ‘무등둥둥’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