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지역 소외 아이들 돕기…엄마들 뜻 모았어요"
초록우산 후원 한빛광주전남여성회
주부·경력단절녀들 공예품 제작
매달 플리마켓 수익금 10% 기부
코로나 교육 격차 해소 도움되길
2023년 09월 26일(화) 17:10
한빛광주전남여성회가 담양서 개최한 플리마켓에 초롯우산 어린이재단 후원을 알리는 배너가 설치돼 있는 가운데 회원들이 배너 옆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엄마’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우리 지역 아이들을 돕는 것도 그중 하나죠.”

소외되는 아이들을 위해 광주·전남 지역 ‘엄마’들이 팔을 걷고 나서 관심이 모인다. 한빛광주전남여성회(한빛여성회)가 그 주인공이다.

한빛여성회는 광주·전남 ‘엄마’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로, 교육 정보 및 취미 활동 등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지난 2018년 평소 친한 관계에 있던 15명의 학부모가 모여 소박하게 시작한 이 모임은 어느새 카페 회원 수 3578명에 달하는 지역 대표 단체가 됐다.

한빛여성회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광주와 담양을 오가며 플리마켓을 연다. 플리마켓에서 판매되는 물품들은 경력단절 여성 회원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 캘리그라피 작품 등이 주를 이룬다.

박은실 한빛여성회장은 “마음이 맞는 엄마들이 서로 이 모임을 소개해 주면서 작은 동아리처럼 시작했었다”며 “작은 규모의 플리마켓이나 전시회, 강의 등을 꾸준히 해오다가 코로나19 이후 잠시 주춤했었다. 최근에는 관련 제약이 모두 풀려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플리마켓의 수익 10%가량을 지역 취약계층 아동에 후원한다는 것이다. 수익이 고정돼 있지 않아 매달 금액은 다르지만, 다음 플리마켓을 개최할 비용이나 재룟값 등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금액을 모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에 후원하고 있다.

박 회장은 “후원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한빛여성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올해 3월부터 ‘좋은 일’을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많은 후원처가 있었지만, 어린이재단을 선택하게 된 것은 한빛여성회 대부분 회원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내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들이 모인 것이라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를 자녀와 그 친구들을 통해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박 회장은 “나눔을 실천하기로 회원들끼리 뜻을 모은 후, 여러 후원처를 후보로 올리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어린이재단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며 “한빛여성회 활동에 제약이 있던 코로나19 기간 회원들은 교육 격차가 심화된 걸 피부로 느꼈다. 취약계층 아동들은 그저 방치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회원들이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어린이재단에 대한 좋은 인상도 한몫했다. 단골 식당마다 ‘어린이재단 후원 간판’을 내걸고 있다는 점과 과거 한 지역 행사서 맺은 작은 인연을 회원들은 수년간 간직하고 있었다.

박 회장은 “2019년 아트피크닉이라는 지역 행사에 한빛여성회가 ‘아트 체험’ 부스로 참여했다. 그때 어린이재단 행사 부스도 마련돼 있었는데, 그때 회원들 자녀도 어린이재단 부스를 방문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이 거기서 진행하는 풍선 만들기 등 활동하면서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담양서 개최된 한빛광주전남여성회의 플리마켓서 회원들이 스스로 만든 공예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이런 이유가 모여 한빛여성회는 어린이재단을 통해 앞으로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키로 다짐하게 됐다고 했다.

어린이재단 역시 한빛여성회의 후원 취지에 따라, 해당 후원금을 지역 교육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사용키로 했다.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학원·교재비 등이 부담스러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교육비를 매달 지원하고 있다. 한빛여성회서 주신 후원금이 이 일부가 돼 아동들에게 전달된다”며 “학원을 한 번도 안 가본 아이, 여력이 없어 방과 후 교육마저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한빛여성회의 후원이 이런 아이들을 돕고 더 나아가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어린이재단서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설명을 들었을 때 ‘울컥’했다. 아이들이 경험도 못 해보고 꿈을 접는다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후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한빛여성회의 활동은 소외계층 아동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녀들이 ‘엄마’들을 따라 후원과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박 회장은 “회원 자녀들은 플리마켓이나 전시, 클래스 등 행사에 자주 참여하며 이 같은 후원 소식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며 “어린이재단에 자기들도 후원을 하고 싶다는 말도 하고, 실제 기부도 하는 자녀들이 있다. 내 초등생 자녀도 학교서 음식을 만들어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는 등의 봉사활동을 하는 동아리를 하고 있다. 내 주변의 구성원들이 나로 인해 변화하고 ‘선순환’이 일어나는 걸 깨달을 때마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빛여성회는 아이들을 돕는 일과 더불어 본래 ‘엄마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자’는 단체의 목적을 위해 앞으로도 지역 곳곳을 누비며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 회장은 “한빛여성회가 처음 모인 이유는 ‘엄마’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였다. ‘엄마들은 만나면 수다만 떨어’라는 잘못된 사회 인식을 바꾸고자 생산적인 활동을 해보자는 게 모임의 취지였다”며 “봉사나 나눔, 재능 기부를 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볼 계획이다. 회원들끼리 의기투합해 내년 상반기에는 지구 환경을 위한 플리마켓 및 전시회, 관련 강좌 개최 등도 가져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