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특집>위기를 기회로…척박한 농토, 융복합산업 변신 성공
전남을 농촌융복합산업 실리콘밸리로 만들자
18)네덜란드 잔센스칸스 나막신 공장
잔센스칸스 관광지와 연계
나막신 제조과정 직접 관람
풍차마을·치즈농장 등 활용
전세계 각국 벤치마킹 행렬
2023년 10월 04일(수) 17:43
나막신공장에서 제작과정을 선보이고 있는 마틴 랑그씨와 방문객들
나막신공장 밖에조성된 나막신 조각상.
나막신공장 내 조성된 매장. 각종 기념품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나막신공장을 찾은 관광객들.
나막신공장과 풍차마을이 있는 잔세스칸스를 찾는 관광객 행렬.
“조선시대 신었다는 나막신이 네덜란드에도 있습니다.”

처음 유럽 선진지 농촌융복합산업 기획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얘기다. 나막신공장이 있는 풍차마을엔 1년 100만명의 관광객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 8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 13㎞ 떨어진 잔센스칸스 전통신발 나막신(크롬펜) 공장을 가보니 사실이었다. 풍차, 치즈농장 등을 찾는 방문객 행렬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차에 내려 들어가니 끝없는 평지와 드넓은 호숫가에 우뚝 선 풍차 모습이 그림엽서 같은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입구 왼쪽에 있는 나막신 공장으로 들어가봤다.

●풍차마을 찾는 관광객 1년 100만명 북적

 “포플러 나무”

 수 백명의 긴 줄을 기다렸다가 나막신 공장안으로 들어갔다. 나막신 제작을 담당하는 마틴 랑그(50)씨가 한국에서 취재 왔다고 하니 대뜸 한국말로 한 말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나막신은 포플러 나무로 만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랑그씨는 50여명의 관람객이 들어오자 곧바로 나막신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적당한 크기로 토막낸 통나무를 4등분으로 쪼개더니 그 중 하나를 집어 드릴과 대패 등으로 깎기 시작한다. 톱밥이 튀어 오르며 기계소리만 요란하다. 익숙한 솜씨로 몇번 깎고 다듬으니 통나무가 순식간에 나막신 형태로 변신한다. 10분도 안돼 버선코 모양을 한 낯익은 나막신이 뚝딱 만들어졌다.

 랑그씨가 신발 안에 물을 부은 뒤 들어 올리니 나막신 코 앞쪽에서 물이 줄줄 흘러 내린다. 그만큼 공기가 잘 통하는 신발임을 증명해 보이는 것 같았다. 구경을 마친 관광객들이 관람석 뒤에 있는 기념품 매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매장에는 나막신을 모티브로 한 나막신, 열쇠고리, 나막신 저금통, 볼펜, 티펴츠, 컵 등 상품이 즐비하다. 나막신 제조과정까지 직접 봤으니 상품 구매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10여분 휴식시간을 갖는가 싶더니 대기 중이던 관광객들이 순식간에 자리에 앉아 나막신 제조과정을 구경한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이용해 나막신 제조 시범을 보인 랑그씨와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나막신을 포플러나무로 만든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아, 여기도 나막신은 포플러 나무로 만들어요. 많은 한국 관광객들과 농촌관련 전문가들이 찾아 오는데 그 분들로부터 오래전 얘기를 들었죠. 이곳에서도 2차 제조가공과 3차 체험프로그램과 제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어요. 나막신공장과 풍차마을 등 잔센스칸스를 찾는 관광객들이 코로나19 이전엔 100만명이 넘었습니다. 농업으로도 얼마든지 수익을 내며 살아갈 수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죠.”

 밖으로 나와보니 작은 배 크기의 거대한 노란 나막신이 눈에 띄었다. 남녀노소 할 것없이 그 안에 들어가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앞엔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에선 풀을 뜯는 양떼들이 보인다.

●조선시대 나막신, 하멜 영향 받았을까

 전통 나막신을 크롬펜이라 부른다. 귀족들이 가죽신을 신었던 반면 서민들은 나막신을 신었다. 나막신은 물에 젖지않고 발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는 바다보다 낮은 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질퍽거리는 곳이 많아 나무를 깎고 파낸 나막신이 네덜란드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흙이 묻어도 탁탁 털면 금방 털어지는 등 편리하다고 한다. 지금도 네덜란드 농촌에서는 이 나막신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문득 우리나라에도 나막신이 있었는데 네덜란드 나막신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일설에는 네덜란드 출신 하멜의 영향으로 강진을 중심으로 나막신을 신었고 그 이후 퍼져 나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역사학자들이 좀 더 세밀한 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대목이긴 하지만. 그 옆 건물로 건너가보니 치즈냄새가 풍기는 치즈상점이 보인다. 이곳 역시 치즈를 사거나 시식해보려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네덜란드, 대표 농업선진국 우뚝

 네덜란드는 세계적인 농업 선진국이다. 19세기 말부터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농업이 네덜란드 대표 산업으로 자리매기 됐다. 현재 세계2위 농업 수출국이자 전체 수출액 20%가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그만큼 농업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기온은 연중 온난한 편이지만 바람이 많고 땅은 소금기를 머금고 있는 등 척박하다. 국토 면적도 좁다. 바다가 지면보다 높아 바람이 많다보니 풍차를 만들어 전력을 만들어 냈고 곡식을 빻는 기계로 활용했다. 지리적 여건을 활용해 풍차를 만들었으며 그 풍차를 이용해 농업의 효율성을 높여 나갔다. 네덜란드는 척박한 한계를 기회로 전환해 마침내 전세계 농업분야 선진지로 자리매김 됐으며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글·사진=네덜란드 잔센스칸스 박간재 기자



나막신을 신은 토끼인형
나막신으로 만든 하트 모형. 포토스폿으로 인기가 높다.
수백년 전부터 신어온 나막신이 전시돼 있다.
나막신공장 인근 풍차마을.
풍차마을을 찾은 관광객들
글·사진=네덜란드 잔센스칸스 박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