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70주년…평화로 가는 길
은암미술관 특별전 ‘민주·인권·평화’
민족미술인협 15명 작가 참여
분단의 아픔·한반도 통일 염원
양민학살·촛불시위 현대사 조망
이상호 ‘통일열차 타고…’ 눈길
민족미술인협 15명 작가 참여
분단의 아픔·한반도 통일 염원
양민학살·촛불시위 현대사 조망
이상호 ‘통일열차 타고…’ 눈길
2023년 10월 10일(화) 16:52 |
![]() 이상호 작 ‘통일열차 타고 베를린까지’. 은암미술관 제공 |
이번 전시는 남과 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안으로는 군사정권과 독재에 대항해 부마항쟁과 5·18민중항쟁이라는 동시대적 아픔을 공유한 부산과 광주의 작가들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5명의 광주, 부산 작가들은 역사적 동질감을 배경으로 민주, 인권, 평화 정신을 예술로 승화하고 화합과 연대를 다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스텔스기가 관객을 압도한다. 최재덕 작가의 설치작품 ‘예감(그림자)’의 일부이다. 스텔스기가 할퀴고 간 땅에는 어린아이와 파편들이 널브러져 있다. 작품은 양민학살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이념갈등을 전제로 한 전쟁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지 강조한다. 이처럼 양민학살에 집중한 작품으로 여상희 작가의 ‘망자의 이야기’, ‘잔인한 기다림’, 김경화 작가의 ‘무명옷을 입은 사람들’, 전승일 작가의 ‘금정굴 이야기’, ‘제노사이드 연작’, 함평 양민학살을 기록한 박화연 작가의 ‘항해’가 있다.
분단의 아픔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대표작으로는 이상호 작가의 ‘통일열차 타고 베를린까지’가 있다. 남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등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2019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통일이 금방 올 것 같은 상황이 담겨있다. 단일국가를 주장한 김구 선생, 장준하 선생을 비롯해 통일운동가 문익환 목사, 6·15공동선언을 했던 김대중, 김정일 남북 지도자들도 보인다. 열차는 어느새 광주를 지나 평양에서 평화통일의 상징인 베를린까지 달린다.
이 외에도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으로 이동근 작가의 ‘마주 보는 땅’, 최대주 작가의 ‘평화와 공존’, ’, 노주일 작가의 ‘반 토막 나라의 꿈’을 볼 수 있고, 현대사를 횡단해 평화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는 정만영 작가의 ‘시간은 흐르고 깃발만 남는다’, 김화순 작가의 ‘생명 평화의 바람이 불어’ 등이 있다. 박성완 작가의 ‘광주 촛불×더 탐사’, ‘이태원 진실 버스 광주’, ‘촛불행진’은 현대사의 흐름을 관통한다. 김병택 작가의 ‘Memento mori(메멘토 모리)’는 5·18사적지 중 하나인 국군광주통합병원 옛터를 그린 그림이다. 이 곳은 1980년 5월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연행돼 치료와 취조를 당했던 장소다. 방치된 건물과 빛 바랜 풍경은 43년 전 국가폭력을 증언하고 기록하고 있는 듯 하다.
김병택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 공동대표는 “이번 전시가 ‘평화’라는 정전협정 70주년의 의미를 예술정신으로 승화시키고 나아가 민주, 인권, 평화에 대한 공감과 지속적인 교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예술인들의 연대가 한반도 평화와 생명 평화 세상으로의 변화를 한발 더 앞당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