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첫 2관왕·개인전 2연패 전웅태 “이제는 광주 대표해 전국체전 3관왕 도전하겠다”
10일 지역기자들과 인터뷰서 밝혀
AG서 10위→1위 도약 ‘대역전극’
자카르타 이어 한국 첫 개인전 2연패
9년 만에 부활된 단체전도 금 합작
“최상의 컨디션, 빨리 출전하고 싶다”
2023년 10월 10일(화) 17:11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지난달 24일 중국 저장성 푸양 인후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안게임은 한국을 대표했다면 전국체전은 광주를 대표해 나가는 대회다. 광주에서 많은 분들에게 응원을 받고 있는 만큼 지난해 대회처럼 모든 힘을 쏟아부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 목표는 항상 전관왕이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첫 2관왕과 개인전 2연패를 거머쥔 전웅태(광주시청·28)가 오는 13일 전남에서 막을 올리는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밝힌 포부다.

전웅태는 지난달 20~24일 중국 저장성 푸양 인후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 개인전에서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하며 내년 7월 개막하는 제33회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과 함께 지난 2018년 열린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2연패를 달성한 전웅태는 9년 만에 부활된 단체전에서도 이지훈, 정진화(이상 LH)와 함께 금메달을 합작하며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첫 2관왕의 주인공도 차지했다.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10일 광주시체육회관에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 및 개인전 2연패 기념 인터뷰를 갖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규빈 기자
전웅태는 10일 광주시체육회관 접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로서 경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했고, 노력의 결실이 2관왕이라는 큰 결과와 업적으로 남게 돼 기쁘다”며 “파리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하게 돼 제 인생에 큰 발판이자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웅태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여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근대5종의 첫 종목인 펜싱 랭킹라운드에서 229점에 그치며 10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개인전을 출발했다. 하지만 승마에서 5위, 수영에서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지막인 레이저 런(사격+육상)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전웅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고, 단체전에서도 다함께 단상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 개인전의 다섯 배 이상은 더 치밀하게 신경 쓰며 준비했다”며 “펜싱이 끝나고 제 인생에 쉬운 길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회 전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당연히 상위권에 있을 것이고 경기를 쉽게 풀어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며 “펜싱이 끝나고 자책도 많이 했지만 빨리 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준결승에서 얼마나 높게 올라갈 수 있을지 고민했고 국가대표팀, 광주시청 감독님과 많은 소통을 했다”고 덧붙였다.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지난달 24일 중국 저장성 푸양 인후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승마 종목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
전웅태가 대역전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반등의 계기는 최은종 국가대표팀 감독과 윤일모 광주시청 감독의 조언이 컸다. 두 감독이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고, 남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해줬다.

그는 “감독님께서 경기장 높은 곳에서 보고 계셔서 시야가 넓었다”며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렸는데 ‘하던 대로 집중하면 된다. 다른 종목에서 반등할 수 있고, 점수 차이도 적다. 결승에서 힘쓰자’고 응원을 해주셨다”고 언급했다.

또 “펜싱 다음 종목인 승마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처음 뛰어보는 코스였고 난이도도 높았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고, 승마에서 잘 풀리니 나머지 종목도 탄력을 받았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고 강조했다.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운데)가 지난달 24일 중국 저장성 푸양 인후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 올랐다. 뉴시스
전웅태는 그토록 갈망했던 2관왕을 이뤘지만 시상대에서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단체전에 전웅태를 비롯해 한국 선수 네 명이 출전했지만 규정이 변경되면서 메달을 세 명 밖에 받지 못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됐고, 결국 한국 선수 4명 중 기록이 가장 낮았던 서창완은 메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지훈 선수와 제가 1, 2등 출발이어서 이대로만 들어와서 단체전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운 좋게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서도 “서창완 선수가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10년째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하고 있는데 다른 종목과 달리 근대5종만 3명이 메달을 받다 보니 기쁨과 슬픔, 아쉬움이 공존했다”며 “2관왕과 2연패라는 기록을 달성하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지난달 24일 중국 저장성 푸양 인후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레이저 런을 가장 앞서 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안게임에서 새 역사를 쓴 그는 이제 전국체전에서 또 다른 새역사 작성에 도전한다. 지난해 대회 개인전과 단체전, 계주까지 3관왕을 차지했던 전웅태는 올해 대회에서도 3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웅태는 “아시안게임은 한국을 대표했다면 전국체전은 광주를 대표해 나가는 대회다”며 “광주에서 많은 분들에게 응원을 받고 있는 만큼 지난해 대회처럼 모든 힘을 쏟아부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목표는 항상 전관왕이다”며 “2주 전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기 때문에 컨디션은 아주 좋은 상태다. 잘 관리하고 있고, 부상도 조심하겠다. 빨리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설렘을 표현했다.

그는 오는 12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남일부 5종 첫 종목인 승마를 진행한 뒤 해남으로 이동해 14일 수영, 펜싱, 레이저런 종목을 치른다. 16일과 17일에는 남일부 계주에 출전한다.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지난달 24일 중국 저장성 푸양 인후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체전을 소화한 뒤에는 내년 파리올림픽 준비에 들어간다. 지난 2021년 8월 제32회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파리에선 금메달을 노린다.

전웅태는 “2년이 지났지만 도쿄올림픽은 여전히 제 기억에 깊이 남은 순간이다”며 “도쿄의 기억을 지울 수 있을 만큼 더 강렬한 기억을 파리에서 남기고 싶다. 컨디션을 조절하고 부상을 조심하는 등 철저히 준비해서 유럽 선수들 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보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기록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근대5종은 순위 종목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1등이고, 파리에서 제가 그 주인공이 되고 싶다”며 “최근에 베이징 올림픽을 뛰셨던 선배님이 ‘너가 이렇게 근대5종을 많이 알려줘서 고맙다’는 연락이 오셨는데 이 모든 영광은 선배님들의 정신이 저에게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전웅태는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 근대5종의 홍보대사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제가 올림픽에서 다시 메달을 따서 근대5종이 대한민국의 효자 종목이고, 이 종목의 유망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며 “근대5종이라는 종목을 더 많이 알리고 싶고 전웅태라는 선수 역시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