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 세상으로 여행…“창조의 원형”
예술공간 집 이소명 개인전
사라진 것에 대한 '무상' 표현
추상적 이념의 미학적 형상화
즉흥적 핸드페인팅 기법 눈길
2023년 10월 11일(수) 16:33
이소명 개인전 ‘창조의 원형’이 오는 15일까지 광주 동구 장동 예술공간 집에서 진행된다.예술공간 집 제공
비가시적인 이념이 화폭에 펼쳐지고 이는 곧 새롭게 창조된 또 하나의 세계가 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 너머의 세상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예술공간 집은 이소명 개인전 ‘창조의 원형(The Prototype of Creation·더 프로토타입 오브 크리에이션)’을 오는 15일까지 이어간다.

이소명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만남이 이뤄진다. 초월적이며 비가시적 이념이 어떻게 예술로 표현되며 감각적으로 형상화 되는지 꾸준히 연구하고 탐색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예술가로서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예술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와 세상과의 접촉점을 ‘만남’으로 표현하고 이를 ‘창조의 원형’이라는 주제로 구체화했다.

이소명 작 바벨링-언바벨링. 예술공간 집 제공
이번 전시는 크게 3개 부분 △섹션1 Babeling-Unbabeling(바벨링-언바벨링) △섹션2 The Prototype of CreationⅠ △섹션3 The Prototype of CreationⅡ로 나눠진다. 먼저 섹션1의 작품들은 일상과 관련된 현상을 소재로 한다. 특히 섹션1의 작업은 충장로 5가 옛 조흥은행 뒤 폐가에서 과거 사용하던 귀금속 상점의 명함 제작판인 실크스크린 명함판을 발견한 데에서 시작됐다. 실크스크린 명함판 위에 다시 철거되는 모습과 새롭게 지어지는 구조물 등을 그려내고, 영상, 회화, 설치를 한데 조합해 작품을 완성했다. 화려한 부귀영화가 영원할 것 같았지만, 현재 없어지거나 바뀐 상점들을 보면서 사라진 것에 대한 무상하고 허전한 감정이 오버랩된다. 작품 특유의 낯섦과 허무함이 긴 여운을 준다.

이소명 작 프로토타입 오브 크리에이션. 예술공간 집 제공
섹션2의 작품은 자연에 내포된 스토리를 발견하고 재구성한 것들이다. 생명의 원형을 이루는 순수함을 화폭에 옮겼다. 창밖의 풍경에서, 숲속의 공기와 바람의 숨결에서, 길을 지나며 만나는 정원의 식물에서, 작가가 포착한 여러 이미지들을 추상화로 완성했다. 특히 (어떠한 의도 없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발현되는 이미지를 그대로 기록하는 방법)적 형태로 표현한 묘사 기법이 눈길을 끈다. 이성에 의한 의식의 통제 대신 무의식 가운데 잠재된 의식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들의 형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색션3의 작품은 점차 구상의 형태에서 추상의 형태로 진행되는 작업을 선보인다. 초월적이며 비가시적 이념이 예술적 표현을 통해 어떻게 감각적으로 형상화 되는지 그 과정을 감상한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만난다. 특히 일시적인 순간을 표현한 핸드페인팅 기법이 섹션3의 묘미다.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다. 현실의 삶에서 찾아낸 다양한 삶의 키워드들과 작가 내면에서부터 발현된 다양한 회화적 표현까지 회화, 설치, 영상 등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다각화된 표현이 흥미롭다. 전시는 동구 장동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이소명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또 백석대학교 전문대학원 미술학 전공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주시 건축심의위원, 광주시 경관위원,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강사를 역임했으며, 제3회 E-Media Art Festival 비디오 창작 공모전에서 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