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집회 전면금지 추진… 시민단체 ‘반발’
경찰 “자정~오전 6시 금지”
개정안 상정도 안됐는데…
시민사회 “촛불집회 방지용”
법조계 “시민 공감대 모여야”
2023년 10월 17일(화) 17:50
[광주=뉴경찰.
경찰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시민사회가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는 위헌”이라며 반발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대규모 불법 집회·시위로 예상되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경찰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규모나 성격을 따지지 않고 집회·시위를 일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소음 또한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소음 측정 간격을 10분에서 5분으로, 기준 초과로 판단하는 횟수도 1시간 내 3회에서 2회로 줄인다. 기존 시행령은 순간 최고 소음이 1시간 동안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할 경우 소음 기준 위반으로 본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5월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철야농성을 벌인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집회가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추진을 예고했다.

경찰청 정보국장 출신인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의 대표발의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에 맞춰 경찰에서도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선제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을 담은 현행 집시법 10조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해당 법은 헌법재판소가 2009년 9월 헌법 불합치, 2014년 3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만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원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는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심야 노숙집회 금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받아들인 것이 반증이다. 윤석열 정부가 심야 노숙집회 전면 금지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여당의 기조에 맞춰 집회 금지 강화를 예고하자 시민사회에서 반발이 일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심야시간에 철야농성이나 집회가 열리는 일은 드물다.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자정부터 아침까지 집회를 금지한다는 명분이 될 수 없다”며 “국민들이 자유롭게 집회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원천봉쇄하는 정부와 경찰의 행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시민협)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시민협 관계자는 “법적으로 금지된 ‘집회허가제’를 사실상 정부가 시행하려는 것”며 “이태원, 오염수 방류 등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일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우려한 윤석열 정부의 주문에 경찰이 과도하게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광주진보연대 측도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서 탄핵했듯이 집회 시위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적인 조치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규제 수준을 두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어떤 법이든 비례성의 원칙(수단의 도입으로 인해 생겨나는 침해가 의도하는 이익효과를 능가해서는 안된다)을 위배해서는 안된다. 현재 정부와 경찰이 추진하는 방안은 위헌적 소지가 있지만 이 자체로 잘못됐다기보다는 심야시간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자는 논의가 나왔을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모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