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11-1>‘159개의 별’ 추모… “올해는 핼러윈 축제 안합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 광주 분위기
상무지구·구시청 사거리 등 한산
사회안전의 중요성 공감대 형성
지자체, 추모 분위기 확산 동참
어린이집·유치원 관련행사 취소
상무지구·구시청 사거리 등 한산
사회안전의 중요성 공감대 형성
지자체, 추모 분위기 확산 동참
어린이집·유치원 관련행사 취소
2023년 10월 29일(일) 18:46 |
![]() 지난 27일 오후 10시께 찾은 광주 동구 구시청사거리의 한 술집에 ‘핼러윈 데이’를 기념하는 유령 등의 장신구가 걸려 있다. 정성현 기자 |
![]() 지난 28일 찾은 광주 서구 상무지구 술집거리가 핼러윈 기간임에도 인파가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송민섭 기자 |
지난 28일 찾은 광주 서구 상무지구. 주말 손님을 받기 위해 문을 연 가게들은 많았지만 예년처럼 뻔쩍뻔쩍한 핼러윈 장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손님들의 수도 평소 주말 번화가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지역 상가 업주들은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참사 1주기(10월 29일)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회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는 지역사회 내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100석 규모의 한 술집 매니저는 “매년 핼러윈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업소 대표와 안 하는 것으로 상의했다. 아무리 장사가 중요해도 작년 이맘때쯤 큰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파티를 하겠나”며 “큰 규모의 술집은 하루 장사를 안하면 손해가 막심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열었지만, 애도하는 마음은 같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지인과의 약속을 위해 나온 신모(30)씨는 “친구들과 평소 가고 싶었던 식당에 가려고 나왔다. ‘핼러윈’과는 전혀 무관한 일정이다”고 전했다.전날 오후 10시께 찾은 동구 구시청사거리의 모습도 비슷했다.
흔히 ‘핼러윈 불금’이라고 불리며 매년 이맘때쯤 축제를 만끽하기 위한 이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한산함을 넘어 적막하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가게에서도 핼러윈과 관련된 소품을 설치하지 않거나 간단한 스티커 등으로 대체했다.
인근에서 10년째 칵테일바를 운영하는 조모씨는 “수년 전부터 구시청 상권이 침체돼왔다. 그럼에도 핼러윈 데이처럼 특별한 날에는 가게가 꽉 찼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10분의 1 수준이다.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작년 이태원 참사의 여파가 큰 것 같다. 우리도 술집이니 ‘간단하게 핼러윈 모양만 내자’ 정도로 꾸몄다. 여기 다 그런 분위기다”고 말했다.
55년째 구시청사거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약사는 “핼러윈 때 이곳에는 천사며 악마며 분장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오징어게임’ 분장한 사람들로 가득했다”며 “올해는 정말 한산하다. 저녁시간 때부터 사람들로 붐벼야 하는데, 평소 주말보다 더 적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동구에서 10여 명의 공무원이 핼러윈 안전·관리 요원으로 투입됐으나, 생각보다 적은 인파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경석 동구 주민안전담당관은 “광주시·경찰·소방과 함께 늦은 밤까지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오늘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큰 사건·사고는 없었다”며 “거리에 사람이 너무 없는 것 같다. 되레 상권이 걱정될 정도다. 안전에 유의한 가운데 지역민들이 행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핼러윈 행사도 자취를 감췄다.
서구와 동구, 광산구 등의 어린이집 6곳에 문의해 본 결과, 핼러윈 행사를 하는 어린이집은 한 곳도 없었다.
동구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지난해 호박 모양 쿠키 나눔 행사를 했는데, 당분간은 핼러윈 행사를 안 할 것 같다. 다른 행사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전했는데, 학부모들도 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며 “아무래도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됐고, 광주에서도 희생자 유가족들이 있어서 다른 행사로 대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도 추모 분위기 확산에 동참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를 포함한 5개 구청·22개 시군은 지자체 주도로 진행되는 핼러윈 테마 행사는 일절 계획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는 지난해 대인시장 일대에서 핼러윈을 주제로 ‘남도달밤야시장’을 열었지만, 올해는 행사를 열지 않았다. 이외에도 같은 테마로 열렸던 목포시 ‘핼러윈 행사’, 화순군 ‘국화향연’등 지역 행사들은 가을꽃 축제 등으로 바꾸거나 열지 않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만큼 올해는 광주시를 포함해 5개 자치구에서 핼러윈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광주에도 유가족이 있기 때문에 추모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다만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안전과, 건강과 등에 비상근무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 ‘핼러윈 데이’를 앞둔 지난 27일 오후 10시께 광주 동구 구시청 사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정성현 기자 |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