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힘으로 사회의 장벽 허물어요”
2023 광주 장애인 문학공모전
진산요양원 생활인 4명 입상
김기홍·김화영·이정애·반상호
정신장애인의 ‘삶 고뇌’ 담아
2023년 11월 12일(일) 17:17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사)광주광역시장애예술인협회가 지난 7월 공모한 2023년 장애인 문학공모전 ‘이풍진 바다2’ 시화전 개회식이 열렸다. 진산요양원 제공
정신장애인들이 머무는 진산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입소인 4명이 최근 문학공모전에서 동시에 입상, 작가로 데뷔해 화제다. 진산요양원 소속 생활인 김기홍·김화영·이정애·반상호 씨는 (사)광주광역시장애예술인협회가 지난 7월 공모한 2023년 장애인 문학공모전 ‘이풍진 바다2’에서 입상했다. 이들은 정신장애인으로서 느끼는 삶에 대한 고뇌를 시로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문학공모전은 시, 수필, 동화, 동시, 단편소설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진산요양원 소속 생활인 4명은 모두 시 분야에 도전해 입상하는 성과를 냈다. 이들의 작품은 공모전 입상작들을 모은 문학집에 실린다. 앞서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시화전 개회식을 통해 작품을 공개했으며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서구 광천동 지하차도에서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기홍 씨는 ‘나에게’를 통해 이번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오늘 하루를 묻는 내용의 시다. 간결한 문체로 담담히 적은 행복과 아쉬움에 대한 대화가 눈길을 끈다.

이정애 씨는 ‘백일홍이 필 때와 질 때’를 통해 이번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 작품은 백일홍이 만발하는 계절을 묘사한 시다. 시를 읽으면 와닿는, 빛나는 여름 햇살 아래 활짝 핀 백일홍의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반상호 씨는 ‘인생길’을 통해 이번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 작품은 고단한 우리네 인생을 논하는 작품이다. 외롭고 허전한 맘을 달랠 곳은 깊은 밤 달빛뿐인,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 깊은 감수성이 와닿는다.

김화영 씨는 ‘바다’를 통해 이번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 작품은 인어공주를 꿈꾸는 한 여인에 대한 작품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창의력 속에는 자유로움을 꿈꾸는 한 성인의 바람이 담겨있다.

이들 작품은 정신장애인으로서 느끼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삶에 대한 고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오효영 진산요양원 생활복지사는 “요양원 입소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 문학공모전을 접했다. 큰 기대 안 했는데 4명이나 입상하게 돼 기쁘다”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변화를 요한 이벤트가 된 것 같다. 특히 작품 속에 스며있는 정신장애인으로서 느끼는 번뇌에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생활인들이 문학적 잠재 능력과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공모전에서 작가로 선정이 돼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2023년 장애인 문학공모전 ‘이풍진 바다’는 장애인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문학적 지평을 다양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시작됐다. 특히 장애인이 가진 문학의 힘으로 사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산요양원은 조현병, 지적장애 등을 가진 정신장애인들이 머물고 있는 나주 소재의 생활 시설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해소, 인권보호, 의료 재활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