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식사·일자리 보듬는 천원국시 ‘인기몰이’
광주 서구, 천원국시 3호점 개소
양동·풍암동 이어 화정동 큰 호응
“추운 겨울에 따뜻한 국수 행복해”
내달 상무1동에 4호점 개소 예정
양동·풍암동 이어 화정동 큰 호응
“추운 겨울에 따뜻한 국수 행복해”
내달 상무1동에 4호점 개소 예정
2023년 11월 16일(목) 18:30 |
![]()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이 16일 서구 화정동에서 추왕석 서구시니어클럽 관장과 직원, 고경애 서구의회 의장 등과 함께 천원국시 3호점 개소식을 갖고 참석자들에게 시식용 국시를 배식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광주 서구가 추진하는 일자리지원사업의 일환인 ‘천원국시’가 관내 어르신들 사이에서 큰 호응과 칭찬 속에 인기를 얻고 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서구는 고물가에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잔치국수 1그릇을 1000원에 제공하는 ‘천원국시’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16일 개소한 서구 화정동 호반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천원국시 3호점은 영업시간인 오전 11시보다 훨씬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날은 천원국시 3호점 개소식이 있는 날로 짧은 행사 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앞서 양동과 풍암동에 각각 1·2호점을 냈던 터라 식당은 입소문을 듣고 발 빠르게 찾아온 어르신들로 붐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쌀쌀해진 날씨에 주민들은 얼른 식당에 들어가 김이 모락모락나는 온국수를 시키며 얼었던 몸을 녹였다.
천원국시를 처음 먹었다는 박금자(71)씨는 “집이 바로 앞이라 시장을 보고 오는 길에 들렸다. 잔치국수 국물도 시원하고 김치도 맛있다”며 “자식들은 멀리 나가있고 남편도 자주 집을 비우는 터라 혼자서 밥 먹기 참 애매했는데 앞으로 자주 들려서 먹을 생각이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식당을 방문한 김모(66)씨는 “가격이 저렴해서 맛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며 “김밥도 한 줄에 4000원, 5000원 하는 시대인데 1000원에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먹을 수 있다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오자마자 따뜻한 국수를 내기 위해서 식당 한 켠에서는 직원들이 끓는 물에 면을 삶고, 육수를 끓이고 빈 접시를 설거지 하는 등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천원국시가 일자리지원사업인 만큼 노인들의 취업 효과까지 생겨나면서 근무하는 어르신들의 생계까지 풍족해지고 있다.
출근 3일차를 맞은 이영순(77)씨는 “평생 전업주부로 지내오다 이렇게 식당에서 일하니 즐겁다. 국수를 삶고 만들며 맛있게 먹는 손님들 구경하는 재미까지 있다”며 “집에서도 했던 익숙한 주방 일이라 힘겹지도 않고 할만하다”며 순식간에 빈 그릇을 정리해나갔다.
매장의 또 다른 구석에는 반찬이나 식료품으로 가득 찬 ‘나눔냉장고’가 자리잡고 있었다. 나눔냉장고는 주민들이나 기업·기관 등지에서 후원해 이웃들이 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천원국시에서 식사를 한 누구나 나눔냉장고에서 1인당 1팩씩 귤, 김치, 라면 등을 챙겨갈 수 있다.
김이강 서구청장도 “천원국시가 나눔의 가치를 확산하는 함께서구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3호점은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면서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행복한 꿈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원국시 사업을 기획한 추왕석 광주서구시니어클럽 관장은 “1000원이라는 가격에 맞추기 위해서 원가와 제조법을 바꾸면서까지 어르신들이나 소외계층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많은 논의와 연구를 거듭했다”며 “덕분에 천원국시가 성황을 이루고 현재 10호점까지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서구 18개동 곳곳에 천원국시를 차려서 이웃들의 온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천원국시 3호점은 1·2호점과 달리 청소년들을 위해 평일 오후와 주말에도 운영된다. 광주 서구는 화정동 일대에 광주청소년수련원,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및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등 청소년 시설이 밀집해 있는 점을 감안해 3호점의 경우 기본 영업시간(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 외에 평일 오후 3시~5시,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까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국수를 판매하기로 했다. 국수 가격은 65세 이상 주민과 장애인,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한 그릇당 1000원, 일반인은 3000원이다.
다음 달에는 상무1동에 천원국시 4호점이 개소될 예정이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