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대강 대치… 예산안 법정시한 처리 불투명
탄핵소추·쌍특검법 대치 이어가
민주, 30일 이동관 등 처리 방침
국힘 “국회정신 훼손 폭주” 반발
감세-민생예산 증액 두고 공방
2023년 11월 26일(일) 18:09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소추안과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을 둘러싸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내(12월 2일)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민주당은 오는 30일과 12월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은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절차와 순리에 따라 흔들림 없이 산적한 민생법안, 이동관 위원장 탄핵안,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회 정신을 훼손하는 폭주라고 강력 반발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한 이 위원장 탄핵안은 민생은 도외시한 정쟁용 카드”라며 “합의와 존중이라는 국회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거야 폭주가 끝이 없다”고 비판했다.

11월30일과 12월1일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 일정이다.

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자기들 입맛대로 칼질하고, 이재명 대표의 포퓰리즘적 예산을 마구잡이로 끼워 넣어 누더기로 만들었다. 그래 놓고도 정작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아놓은 일정에 난데없이 탄핵안을 들이미는 행태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쌍특검법 역시 예산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쌍특검법을 정기국회 내(12월10일)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감세 기조, 민주당은 민생예산 증액 기조로 맞서있다.

민주당은 예결위에서 예산안 심사에 나서기 전 상임위 단계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3억원, 3만원 청년패스 예산 2923억원, 소상공인 에너지요금·대출이자 지원 예산 2조3000억원 등 5조원 이상의 예산을 단독 의결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R&D(연구·개발) 예산을 정부안보다 2조원 증액하고, 정부가 정한 사업예산 1조514억원을 감액했다.

예산 증액에는 정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데, 정부는 세수부족으로 인해 예산 증액 부분을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법정시한까지 남은 일주일동안 심사를 마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예산안 심사와 관련, “정부가 본회의 자동부의라는 정부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면 국회도 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리를 다 하기 위해 수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 심사 지연 이유가 기한 내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것을 악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심사 지연에 대해,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않는 경우 다음 날 정부의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자동부의를 악용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 주어진 합법적 권한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16개 상임위원회에서 60개 부처 대상 663건의 감액 심사를 했지만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공적개발원조(ODA), 원전·신재생에너지, R&D 등 쟁점 사안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강 의원은 수정안에 대해 “총지출을 늘리는 증액까지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최소한의 수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다수의석의 힘자랑을 한 번이라도 ‘민생’과 ‘예산’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법정 처리 시한을 앞둔 예산안도, 시급한 민생법안도 아닌 오직 ‘탄핵’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반드시 민주당의 예산 폭주, 탄핵 폭거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또 “이동관 위원장의 탄핵을 강행하려는 저의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내년 총선까지 방통위의 손발을 묶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정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통과 이후 여야가 예산안처리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2014년과 2020년 뿐이다. 지난해는 22일이나 넘기면서 역대 최장기간 지연 처리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