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장애인에 ‘e스포츠 메카 광주’ 위상 알렸다
●제1회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 현장
180명 e스포츠경기장서 격돌
휠체어 리프트 등 시설 갖춰
육상 국가대표 "신세계" 극찬
지역민·관객호응 부족 아쉬워
콘진원 "국제대회 표준화 마련"
2023년 11월 27일(월) 18:33
전국장애인e스포츠 선수단들이 지난 25일 조선대 광주이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e스포츠 대회에서 휠체어 레이싱을 펼치고 있다.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FC 온라인,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 테니스 경기 등을 참가했다. 나건호 기자
“파이팅! 할 수 있다! 해보자!”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이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보며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안대를 한 선수들이 실내용 조정 기구에서 노를 저을 때면 ‘네편 내편’ 없이 힘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180여 명의 선수와 응원단은 경쟁도 질투도 없이 모두 하나돼 있었다.

지난 25일 조선대 광주e스포츠경기장.

이날 이곳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대한장애인체육회·광주시·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제1회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종목은 △PC (리그오브레전드·카트라이더:드리프트·FC온라인) △콘솔 (닌텐도 스위치 테니스·닌텐도 스위치 볼링) △VR (인도어로잉·휠체어레이싱) 등이다. 예산은 국·시비 포함 4억3000만원으로, 장애인 e스포츠 행사에 이같은 투자가 투입된 건 최초다.

경기장 입구·로비에 모인 장애인 선수·보호자·응원객 등은 e스포츠경기장이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한 참가자는 야외에 설치된 장애인화장실을 보고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체장애 부문으로 출전한 최준수(28) 선수는 “장애인 친화 시설이 부족할 줄 알았다. 그러나 곳곳에 장애인 화장실이나 휠체어 리프트 등을 마련해 장애인 편의성을 꽤 높였다”며 “타지에서 온 장애인들을 위해 숙소나 이동 수단을 준비해 준 것도 좋았다. 덕분에 좋은 컨디션에서 대회를 치를수 있을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 25일 광주e스포츠경기장에 설치된 야외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한 한 선수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성현 기자
이날의 백미는 e스포츠 대회에 첫 도입된 ‘휠체어레이싱’ 경기였다. 휠체어레이싱은 실내에 거치된 자전거와 로라에 센서를 부착해 가상으로 라이딩을 즐기는 게임으로, 현재 패럴림픽 도입이 가장 유력한 종목 중 하나다. 평소 이용하던 휠체어를 두고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날도 대회 종목 중 가장 많은 선수가 참가했다. 특히, 대기석에서 태극 문양 휠체어를 끌고 온 이색 참가자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0월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부문에서 은메달을 딴 유병훈 국가대표는 “장애인체육회의 추천으로 왔다. 휠체어 육상으로 세계대회도 나가봤지만, 오늘 출전한 e스포츠는 같은 듯 다른 종목이다”며 “어려웠지만 신세계에 온 듯했다. 우승이 목표인데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장애인 e스포츠가 활성화 된다면 이 종목 국가대표로도 출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대회에는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도 참여해 장애인e스포츠교육화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차진환 광주시교육청 주무관은 “교육청이 최근 e스포츠 운동부를 창단할 정도로 e스포츠에 관심이 높다. 다음은 장애인 학생들 아니겠나”라며 “e스포츠는 장벽이 없는 스포츠다. 체험해보니 학생 생활체육으로도 접목이 될 것 같다. 꼭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민의 호응 및 참여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제1회 전국 장애인 대회’라는 규모에도 광주·전남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결승전에는 관객이 다소 모였지만, 예선 당시에는 '휑'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추후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조현래 콘텐츠진흥원장은 “지역 e스포츠 경기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수 있는 장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며 “다음 목표는 장애인아시안게임과 패럴림픽이다. 앞으로 e스포츠가 정식 종목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명호 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은 “시설·대회 구성 및 홍보 등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 내년에는 준비를 잘 해 더욱 쾌적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종목별 최종 우승자는 △리그오브레전드 오규빈(경희매니지먼트), 설진(광주) △FC 김주환(경기), 백민준(경기), 안동호(충남), 한승윤(서울) △카트라이더 윤성빈(경기) △테니스 김민선(경기), 이경민(기권승), 김성수(부산) △볼링 조은빈(경기), 서민수(경기)가 차지했다.
전국장애인e스포츠 선수단들이 지난 25일 조선대 광주이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e스포츠 대회에서 휠체어 레이싱을 펼치고 있다.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FC 온라인,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 테니스 경기 등을 참가했다. 나건호 기자
노병하·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