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도끼상소
박성원 편집국장
2023년 12월 13일(수) 13:17 |
박성원 국장 |
허은아 의원은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초토화 직전”이라며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용산에 할 말 해야 한다. 이쯤되면 다같이 용산(대통령실)에 가서 ‘도끼상소’라도 올렸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의원이 말한 도끼상소는 ‘지부상소(持斧上疏)’를 말한다. ‘도끼(斧)를 지니고(持) 상소(上疏)를 올린다’는 뜻으로 상소한 내용이 틀리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신의 머리를 도끼로 내리치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를 말한다. 옛 절대왕조시대 신하들이 임금의 노여움을 감수하면서 직언(直言)을 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도끼상소였다. 도끼상소의 원조는 고려 충선왕(1308년) 때 감찰규정 우탁으로 알려져 있다. 우탁은 충선왕이 아버지 충렬왕의 후궁이었던 숙창원비와 통간하자, 상복을 입고 도끼를 든 채로 대궐로 들어가 상소문을 올렸다. 왕과 가까운 신하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지만, 충선왕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우탁의 상소를 받아들였다.
도끼상소는 독단과 패륜을 일삼는 임금 앞에서 목숨을 걸고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신하들의 결기를 보여준다. 도끼상소를 접한 임금들도 신하의 진정성과 순수성을 높게 샀는지, 크게 화를 내면서도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국가 최고 권력자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 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용기 있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 최고 권력자는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믿고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이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권력자 주변에는 온갖 아첨하는 이들이 들끓고, 국가 경영은 정도를 벗어나 수렁으로 빠지며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기왕 당 내부에서 도끼상소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에게 정확한 민심을 전달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직언 세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