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열대야
최권범 취재1부 선임부장
2024년 07월 31일(수) 18:39
최권범 부장
잠 못 이루는 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푹푹 찌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밤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熱帶夜)’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열대야는 본래 기상용어가 아니었다. 일본의 기상 수필가 쿠라시마 아츠시가 1966년 저술한 ‘일본의 기후’를 통해 처음 사용됐다. 이후 일본기상청이 하루 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날을 열대야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쓰는 용어와 기준을 그대로 도입했는데, 2009년부터 열대야 발생 기준을 하루 최저기온에서 밤 최저기온(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으로 변경했다.

열대야는 최근 들어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 빈도와 기온 상승세 등이 점점 가팔라지는 추세다. 특히 2010년 이전만 해도 전국의 연 평균 열대야 일수가 10일을 넘긴 적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던 1994년(16.8일)을 제외하고 거의 없었는데, 2010년부턴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 2010년 11.5일, 2013년 14일, 2018년 16.6일, 2019년 10.1일, 2022년 13.2일 등 10일 이상 열대야 현상이 발생한 해가 많아졌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해 올 여름 열대야도 종전 기록을 뛰어 넘어 ‘역대 최다’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감온도가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슈퍼 열대야’도 자주 나타날 전망이어서 극한 더위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올 여름은 한국과 시차가 7시간 나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어 잠 못 드는 밤을 위로해주고 있다. 어차피 제대로 잠을 못 잘거라면 올림픽 경기라도 보자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해를 거듭할 수록 지구의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해졌다. 당장은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우리 앞에 찾아온만큼 건강 관리와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철저하게 대비해 안전한 여름을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