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한-미원자력협정 개정해 농축·재처리 역량 보유해야
최성주 원자력대학원 교수·전 주폴란드 대사
90)자체 핵무장이냐 핵잠재력 확보냐
2024년 08월 05일(월) 18:17
지난 6월19일 북한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과 ‘준(準)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한 이후, 러-북 간 군사적 밀착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깊다. 특히,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러시아가 첩보위성 및 핵잠수함 등 고급 군사기술을 북한에 넘겨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북한의 무기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러시아가 북한과의 불법적 거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이 고조될 우려도 커지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핵무장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올 11월 미국의 대선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핵무장 담론이 더욱 구체화되는 상황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핵(원자력)개발 역사부터 간략히 짚어본다. 그 효시는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이 서울 홍릉에 원자력 연구소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이어서, 박정희 대통령은 원전 건설과 함께, 군사적 목적의 핵개발도 비밀리에 추진한다. 이는 1969년 닉슨 독트린 이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비롯되었지만, 미국의 강한 압박으로 결국 좌절된다. 그 대신, 미국은 1978년부터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약속한다. 한편, 우리 과학자들은 1970년대 말부터 자체적으로 극소량의 농축과 재처리를 실험했는데,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를 파악함에 따라, 정부가 사후 대응하느라 애쓴 바 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하게 된 만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 문제가 국내에서 거론된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통해 우리를 안심시키려 노력하지만, 자체 핵무장 및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18년 이후 연속적으로 개최된 미-북,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입장으로 인해 결국 실패한다. 2022년에 집권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핵 위협을 직시하면서,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미 정상은 작년 4월말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는데, 그 핵심은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확장억제의 실질적 강화다. 그런데, 올 6월 러시아는 북한과 맺은 ‘포괄적 전략적동반자 조약’의 제 4조에 따라,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원조를 제공”하기로 약속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왕따’로 전락한 푸틴에게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하는 김정은은 ‘은인(恩人)’이다. 반면에, 안보리 제재를 받으면서도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착하는 북한은 러시아의 고급 군사기술 지원을 절실히 요망한다. 우리는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두 불량국가 간의 ‘악마적 거래’ 가능성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 하에서, 우리 국민의 약 70%는 자체 핵무장을 지지한다. 그런데, 자체 핵무장 옵션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우선,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할 경우,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리에게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우리에게 큰 어려움과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정치적 고립을 초래할 것이다. 무역과 투자는 물론, 원전용 핵연료 확보에도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터이다. 북한과는 정반대로, 1945년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온 우리 국민과 기업이 제재에 따른 고통과 불편을 견뎌낼 수 있을까? 또한, 우리가 핵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는 한국을 북한과 유사한 ‘문제국가’로 취급할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 비핵화와 인권개선을 추구해온 한국의 가치 우위적 외교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며, 역으로 북한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과 대만 등의 연쇄반응을 초래하여, 동아시아 지역 내 핵무기 경쟁은 물론,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실질적인 붕괴를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응책은 한-미 동맹의 내실화다.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전개하고, 미국이 90년대 초에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달 11일 워싱턴 NATO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공격에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핵억제 및 핵작전 지침’을 공동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동시에, 2015년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을 재차 개정하여, 우리도 NPT가 인정하는 주권적 권리인 농축 및 재처리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 과거 일본이 핵심 원자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을 꾸준히 설득한 것처럼, 우리도 초당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핵잠재력의 확충, 즉 핵자강(自强)과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