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 증거 불인정…주호민 아들 학대 혐의 특수교사 항소심서 무죄
법원 “공개되지 않은 대화…녹음 증거능력 없어”
1심 유죄 뒤집혀…“달리 입증할 증거도 부족해”
2025년 05월 13일(화) 16:55
주호민 작가.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던 특수교사 A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김은정·강희경·곽형섭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수업 중 주 씨의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고약하다”, “싫어 죽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녹음파일 자체에 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 씨의 아내가 자녀의 옷 속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중 교사와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녹음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하며, 피해 아동과 모친은 별개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모친이 대화를 녹음했다고 해서 피해 아동이 스스로 녹음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녹음파일과 이를 토대로 작성된 녹취록, 고소장, 진술조서, 증인 진술 등 2차 증거 또한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검찰은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점, 녹음자가 친모라는 점 등을 들어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음 자체가 타인의 대화를 몰래 기록한 것으로, 정당한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이날 판결이 선고되자 법정에서는 이를 지켜보던 일부 특수교사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A씨는 무죄를 선고받고 눈물을 흘리며 동료 교사들의 위로를 받았다.

반면, 주씨와 그의 아내는 판결 직후 다소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주씨는 “속상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학부모의 몰래 녹음이 법정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쟁점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1심은 피해자의 학대를 확인하려는 정당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법리적 원칙을 우선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교권과 사생활 보호, 학부모의 감시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검찰의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