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역주행 1위 21곡…SG워너비 '타임리스' 6천300일만 정상
지니뮤직 2016∼2025년 일간 차트 분석
‘사건의 지평선’ 47일간 최장 1위
‘해피’ 등 최근 ‘수록곡 재조명’ 대세
“음원 플랫폼 소비 패턴 감상 위주 변화”
‘사건의 지평선’ 47일간 최장 1위
‘해피’ 등 최근 ‘수록곡 재조명’ 대세
“음원 플랫폼 소비 패턴 감상 위주 변화”
2025년 05월 15일(목) 10:15 |
![]() SG 워너비. 연합뉴스 |
두 곡 모두 공개 당시에는 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뒤늦게 음악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순위를 끌어 올려 1위를 차지한 노래들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타이틀곡이 아닌데도 음악 팬들의 ’선택‘을 받아 차트 정상의 기쁨을 누리는 수록곡 재조명 사례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 17년 전 노래 ’타임리스‘…최장 1위는 ’사건의 지평선‘
15일 KT지니뮤직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10년에 걸쳐 ’차트 역주행‘으로 일간 1위를 기록한 노래를 집계했더니 총 21곡이었다.
발매 30일이 지난 시점에 차트 정상에 오른 경우를 ’차트 역주행 1위‘로 분류해 집계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따르면 2016년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 보려해‘(한동근), 2017년 ’좋니‘(윤종신)·’선물‘(멜로망스)·’비행운‘(문문), 2018년 ’그날처럼‘(장덕철)·’지나오다‘(닐로)·’유‘(YOU·멜로망스), 2019년 ’옥탑방‘(엔플라잉)·’2002‘(앤 마리)·’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임재현), 2020년 ’시작‘(가호)·’다운타운 베이비‘(Downtown Baby·블루)가 역주행으로 1위를 찍었다.
이후 2021년 ’타임리스‘(Timless·SG워너비)·’신호등‘(이무진)·’스테이‘(STAY·더 키드 라로이 & 저스틴 비버)·’롤린‘(브레이브걸스)·’문득‘(비오), 2022년 ’사건의 지평선‘(윤하), 2024년 ’난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아이들)·’해피‘(HAPPY·데이식스), 2025년 ’드라우닝‘(우즈)이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일간 차트 1위에 오르기까지 가장 긴 시간이 걸린 노래는 SG워너비의 ’타임리스‘로, 2004년 1월 출시 이후 2021년 4월 정상을 밟기까지 약 17년, 6천300일이 걸렸다.
KT지니뮤직은 “이 노래는 2021년 MBC TV ’놀면 뭐하니‘로 재조명되면서 17년 만에 재차 인기곡으로 등극, 15일간 일간차트 1위를 점령했다”고 설명했다.
1위까지 두 번째로 오래 걸린 노래는 브레이브걸스의 대표곡 ’롤린‘으로 약 4년, 1천456일이 소요됐다.
가장 오래 1위 자리를 지켜 ’뒷심‘을 보인 노래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으로 47일간 1위를 차지했다.
역주행 1위곡이 가장 많이 나온 해는 2021년으로 5곡에 달했다. 2023년에는 단 한 곡도 없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초반부터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가장 좋겠지만, 첫 진입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예전처럼 실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노래가 좋다면 점점 순위가 올라가 오랜 기간 차트에 머물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 ’수록곡 역주행‘에 주목…타이틀곡 못지않은 마케팅도
흥미로운 점은 2024년 이후 역주행 1위 사례인 아이들의 ’난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데이식스의 ’해피‘, 우즈의 ’드라우닝‘은 모두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이라는 점이다.
이들 노래는 리릭(가사) 영상과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 등이 있을 뿐 그 흔한 뮤직비디오조차 없다.
’난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는 일상을 소소하게 녹여낸 공감 가는 가사로 음악 팬들의 선택을 받았고, ’해피‘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와 듣기 편한 멜로디가 장점으로 꼽혔다.
’드라우닝‘은 군 복무 중인 우즈가 지난해 10월 KBS 2TV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 방송에서 열창하는 모습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며 입소문을 탔다.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내 음원 차트가 ’듣는 음악‘ 위주로 재편되는 소비 패턴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과거에는 뮤직비디오, TV 음악 무대, 댄스 챌린지 등이 음원 차트에서 효과를 발휘했지만, 요즘 이들 콘텐츠는 틱톡·유튜브 등 ’보는 음악‘에 강한 플랫폼에서 주로 영향력을 끼친다. 전통적인 음원 플랫폼은 이와 반대로 ’듣기 좋은‘ 노래가 강세를 보이며 감상 위주의 경향을 띤다”고 설명했다.
이들 세 곡은 비트보다는 멜로디가 강하고, 최근 큰 인기를 누리는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임 평론가는 “임팩트 있는 타이틀곡보다 멜로디가 경쟁력 있거나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수록곡이 도리어 강세를 보이는 경우도 나타나는 것”이라며 “호흡이 길고, 기승전결이 있고, 멜로디의 흐름이 뚜렷한 곡이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한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 역시 “음악 소비층이 다양해지다 보니 기획사가 내세우는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에서 ’나만의 취향‘을 발굴하고 즐기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자기만의 킬링 파트를 찾아 들으며 ’나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가요 기획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수록곡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거나, 숏폼 챌린지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이는 타이틀곡이 예상외의 부진을 겪을 때를 대비한 든든한 ’보험‘ 역할도 한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정규 1집 수록곡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는 활동이 끝나고도 꾸준히 인기를 누려 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고, 아일릿의 두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틱택‘(Tick-Tack)은 게임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중독적인 사운드가 숏폼 플랫폼에서 주목받았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앨범 당 활동 기간이 과거보다 짧아진 상황에서 수록곡도 함께 홍보해야 팀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