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무법·무례의 시대…尹 집권 3년간 퇴행을 추적하다
[신간]대한민국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박현│서해문집│1만8500원
2025년 05월 22일(목) 09:27
대한민국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2022년 가을, 한 일간지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연재됐다. 윤석열 정권 출범 반년 만에 사회 곳곳에서 시작된 ‘후진국으로의 퇴행 징후’를 지적한 글이었다. 이 칼럼은 시간이 흘러 현재, 대한민국 풍경을 제법 정확히 내다본 텍스트로 평가받는다. 신간 ‘대한민국은 어떻게 망가졌는가’는 이후로도 계속된 추적 관찰의 기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참절했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한국의 시장경제를 수십 년 뒤로 후퇴시켰고 독선적 행보, 권력기관 사유화, 검찰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한 행정부, 방미외교(‘바이든-날리면’), 금융정책(레고랜드 사태)에서 보인 아마추어리즘과 몰염치 등은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불과 반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난 2022년 벌어진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그의 위기대응 역량 부재는 정책에 무능, 통치에 무법인 것을 넘어서 국민에 무례한 정부라는 것을 보여줬다.

3無 정권이 구석구석 좀먹은 대한민국의 3년간 벌어졌던 21개 사건을 건져 올린 저자는 이처럼 무능·무법·무례가 초래한 한국사회의 퇴보를 거대한 인과관계로 결속된 채 드러난 전모로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검찰공화국의 V1, V2 △극우 돈키호테의 역사전쟁 △‘좋아 빠르게 가’버린 어느 독재자의 사회 △Back To The 1980 등으로 구성됐다. 윤 전 대통령의 ‘돈키호테’ 기질과 반대파를 검찰권으로 찍어 누르는 검사정치·사정정치의 결합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공화국 시스템을 어떻게 붕괴시켰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잃어버린 3년의 후유증을 고발한 이 작품은 끝으로 시민의 집을 재건하는 일은 그동안 허물어지고 새는 곳을 꼼꼼히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고 피력한다. 단순히 지나간 정권의 뒷공론이 아니라 회복과 재건을 위한 복기인 셈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