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대재해 잇따른 지역 대형사업장 책임을
철저한 조사와 처벌 뒤따라야
2025년 05월 22일(목) 16:56
광주·전남 주요 제조업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광주 기아자동차 3공장에서 정규직 노동자가 완성차 운반 설비를 점검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17일엔 영암 HD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가 개구부 아래로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결국 21일 끝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에선 화재가 발생했고, 대피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지붕에서 추락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불과 나흘 사이 세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 지역 산업현장의 안전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문제는 사고의 본질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구조적 부실이라는 점이다. HD현대삼호 현장에는 덮개를 고정할 장치가 전혀 없었고, 누구라도 실수로 밟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금호타이어 사고 역시 화재 대피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청년 노동자가 연기를 피해 지붕을 타고 내려오다 2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러한 기업들이 하나같이 지역 대표 대기업이라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먼저 변화의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은폐와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태도는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 안전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며 “이런 사고는 개별 사업장 문제가 아닌 구조적 안전불감증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와 지자체는 이번 사태를 결코 단순한 산업재해로 넘겨서는 안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하며, 하청과 원청을 막론한 안전 총괄 책임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 반복되는 인명 피해 앞에서 침묵하거나 면피하려는 태도는 결국 지역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