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세 강제징용 피해자, 80년만에 승소
2심 “소멸시효 완성 안 돼”
日 미쓰비시, 1억원 배상 판결
2025년 06월 07일(토) 09:09
지난 2019년 4월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마친 강제동원 피해자 김한수, 김용화 할아버지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과 함께 소장을 접수하기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07세 강제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임은하·김용두·최성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9일 김 할아버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을 취소하고, 미쓰비시 중공업이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 할아버지는 선고일 법정에 출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918년생인 김 할아버지는 1944년 7월부터 1945년 10월까지 미쓰비시가 운영하던 조선소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2019년 4월 그는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살아야 했던 세월을 바로잡고 싶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심 재판부는 소 제기 시점이 대법원의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후 3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 30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국내에서 사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비로소 명확해졌다”며 “그 이전까지는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 할아버지가 2019년 4월4일 소송을 제기한 것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므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2023년 12월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한 ‘2차 손해배상 소송’ 판결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일본 기업이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후 하급심도 이 같은 판단을 따르고 있다.

김 할아버지의 이번 승소는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권리 회복은 물론, 일제 강제동원에 대한 국내 사법부의 지속적인 책임 인정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된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