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박찬규>귀촌일기-모내기
박찬규 에코특수가치연구소 이사.
2025년 06월 18일(수) 17:39
박찬규 에코특수가치연구소 이사.
올해도 모내기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모가 심어진 넓은 들판의 경치가 안정되고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농촌에서 가장 바쁜 시기는 바로 모내기 철이다. 예전에는 품앗이로 사람들이 모를 심었지만 요즘은 이양기로 심기 때문에 적기에 모내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내기의 풍습도 그동안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모를 심을 때는 모판을 만들고 모자리에서 모를 쪄 타래로 묶은 다음 지게로 날라서 논에 일정한 간격으로 흩어놓으면 못줄에 맞추어 사람들이 모를 심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다. 점심 전에는 새참이 있었고 오후에도 한 차례 새참이 있어 허기를 달래고 농주 한 사발에 농부가가 절로 나오기도 한 시절이었다. 그에 반해 최근 논농사는 거의 기계화가 되어서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의 손이 필요하지 않다. 쟁기 대신에 트랙터가 논을 고르고 사람이 모를 심던 작업을 이양기가 대신하고 있다. 남도 지방은 타 도에 비해 경작지가 넓고 수량도 풍부하여 논농사를 짓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자연환경이 좋아 2모작을 하는 농토가 매년 늘어나 올해도 보리 수확 후에 모내기를 하느라 타이밍이 늦은 곳도 있다. 모내기 철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물 관리인데 올해 비가 적당히 와주어 물 걱정은 덜었다. 필자도 지난 주에 모내기를 하였는데 모내기 도중에 이양기가 수렁에 빠져 꺼내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봄철에 수렁에 고인 물을 모터 펌프로 뿜어내야 하는데 잊고 있다가 큰 일을 당한 것이다. 만약에 수렁논이 있다면 봄철부터 모내기에 맞추어 수렁에 고인 물을 빼내 물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상책이다.

농촌에서는 절기에 맞추어 농사일을 하는 것이 수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지런해져야 한다. 무슨 작물이든지 적기에 파종을 해야 하고 모종을 옮겨 심어야 원하는 수확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벼농사뿐만 아니라 모든 작물의 파종 시기가 다소 앞당겨지고 있다. 농부들에게는 모내기와 겹쳐 수확하는 밭작물도 있어서 바쁜 때이다. 관련 작물로는 늦가을부터 봄까지 자라서 모내기 철에 수확하는 양파와 마늘이 대표적이다. 하지감자도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과일나무의 병충해 방제도 해야 한다.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는 하우스에서 온종일 보내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농번기 철에는 농부들의 하루가 24시간으로도 부족한 형편이다. 모내기 철부터는 풀과의 전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더디게 자라다가 모내기가 시작되면서 왕성하게 성장하는 논둑과 밭둑의 풀을 애초기로 베어야 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에 의지해야 한다.

요즘 경기가 어렵고 도시생활이 힘들어지다 보니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농사일은 매일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을수록 하루하루 버티기가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농사일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하여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고된 나날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귀농·귀촌을 실행에 옮기려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농기계를 조작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이해하기 쉽고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도 빠르다. 최근의 농촌은 젊은 사람이 귀하기 때문에 일손이 늘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인세대가 농사를 짓고 있어 세대교체가 절실히 요구된다. 다행히 농기계의 발달이 부족한 인력의 틈을 메우고 모내기 문제를 해결해줘서 올해의 농번기철도 무사히 지나고 있다. 이러한 농촌의 현실을 감안하여 젊은 사람이 귀농·귀촌하여 농사일에 전념한다면 벼농사로 원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