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IAEA “중동 핵분쟁, 외교로 풀어야”
구테흐스 “협상 복귀 절실하다”
그로시 “부셰르 원전 특히 우려”
이스라엘·이란 공방 계속 이어져
2025년 06월 21일(토) 05:46
유엔 안보리 이란 긴급회의. 뉴욕 AF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 해법으로 외교적 접근을 강력히 촉구했으나, 당사국 간 설전은 계속됐다.

20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주제로 긴급 회의를 열고, 양국에 무력 사용 중단과 진지한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위기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며 “통제 불가능한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교적 해법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인정하면서도, IAEA 사찰을 통한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핵시설에 대한 무력 공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의 자제를 촉구했다. 특히 이란 남서부 부셰르 원전을 언급하며 “공격 시 가장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방사능 누출은 없지만,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미국이 벙커버스터를 통한 타격을 검토 중인 포르도 지하 농축시설에 대해서는 “IAEA는 현재까지 손상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IAEA의 감시체계가 핵무기 개발을 막는 방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는 유럽 3국과 이란 외무장관 간 협상을 앞두고 진행됐다. 미국 백악관도 외교 해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사 대행은 “미국은 이스라엘 공습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이란의 핵 야심에 맞선 이스라엘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 측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성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신이 부족하다”며 “군사 수단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 역시 즉각적인 갈등 완화를 요청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를 우려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를 강하게 비난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의 핵 위협이 해체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고,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미국이 전쟁에 가담할 수 있다는 보도에 경악했다”며, 이는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