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운전자 교통위반·과태료 급증… 교육·대책 ‘전무’
과태료 체납액도 5년간 3배 늘어
낯선 한국 교통문화 적응 어려워
체납 시 출국 금지 등 제재 필요
“학교·직장단위 안전교육 도입을”
2025년 06월 24일(화) 18:28
21일 오후 6시50분께 광주 광산구 송정동 영광통사거리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시내버스를 들이받아 70대 버스기사가 부상을 입었다. 독자 제공
외국인 운전자들의 교통사고와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체납 등이 급증하고 있으나, 교통안전 교육 등 예방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경찰청이 발표한 2018~2022년 국내 외국인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와 과태료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8년 13만1887건(약 72억원)이었던 위반 건수는 매년 증가해 2022년에는 26만842건(약 14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23년에도 외국인 운전자에게 총 20만5496건(약 110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외국인의 과태료 미납 건수도 증가세다. 2018년 1만392건(약 9억원)에서 2022년에는 3만6765건(약 22억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과태료 체납 뿐만 아니라 외국인 운전자의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영광통 사거리에서는 베트남 국적의 20대 남성 A씨가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다 시내버스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30대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3명은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음주나 무면허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지 신호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운전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단기 체류자는 국제운전면허증(IDP)을 이용할 수 있고, 한국과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을 맺은 국가의 운전자는 면허증을 한국 면허로 교환할 수 있다. 처음으로 면허를 취득하려는 외국인은 시험을 거치면 된다.

그러나 면허 취득만으로 사고를 예방하기엔 역부족이다. 외국인 교통법규 위반이 늘고 있는 것은 낯설은 한국의 교통문화에 대한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외국에 가면 운전대 방향이 달라 불편함을 느끼듯, 외국인들도 낯선 도로 환경 탓에 법규 위반이 잦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교통법규 위반과 과태료 부과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교통안전 교육은 사실상 전무하다는게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소규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기적이거나 의무화된 교육은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과태료 체납 시 출국 금지 등 강력한 제재 △외국인 대상 정기적·의무적 안전교육 도입 △이륜·킥보드 등 특수형태 운전자 교육 확대 △학교·공공기관 중심 맞춤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또 각 지역별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실제로 광주교통문화연수원은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매년 약 190명을 대상으로 1시간 교통안전 이론교육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이 이 프로그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혜정 한국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안전교육부 교수는 “한국은 고령 운전자가 많고, 양보 운전 문화가 요구되는 만큼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며 “이들에게 한국 교통문화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특히 이륜차나 전동킥보드 이용이 증가하는 외국인 운전자에게는 맞춤형 교육이 꼭 필요하다”며 “현재도 경찰청과 협력해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4시간짜리 안전운전 문화교실과 면허취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제적 호혜주의에 따라 외국인 운전 환경은 개선됐지만, 교통문화가 전혀 다른 한국에서 외국인 대상 교육이 거의 없는 현실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운전자들이 교통사고 이후 대응 방법을 모르거나 뺑소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 내 유학생, 도시근로자들이 차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학교나 직장 단위에서의 맞춤형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