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칼럼>비극적인 전쟁, 투자자에게는 공포 속 기회다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2025년 06월 26일(목) 14:40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전쟁은 인간에게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무참한 살육과 약탈이 동반되고 어린아이와 여자들까지 가리지 않고 희생되며 어떤 흉악 범죄보다도 인간성이 파괴되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비인간적 사건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전쟁에 대해서 역설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았다. 전쟁이 투자의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증시가 급락할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전쟁 발발 직후에는 단기적인 하락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이후 주춤하던 한국 증시는 24일 트럼프의 양국 간 휴전 합의 발표 후 무려 3%가 급등해서 코스피 지수 3100을 넘어섰다. 과거의 사례도 비슷하다. 1939~1945년 2차 세계대전 시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쟁 발발 직후 하락했지만 진주만 공습 이후 군수 경제 체제로 전환되면서 미국 경제는 전쟁 중에도 50% 이상 상승했다. 1990년 걸프전 때도 미국 증시는 1990년 중반까지 하락하다 1991년 미국의 공습 개시와 함께 빠르게 반등해서 S&P500은 이후 30%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했었다.

2003년 이라크 전 때는 전쟁 전까지 조정을 겪고 있던 증시가 오히려 바그다드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자 상승을 시작해서 S&P500은 이후 20% 가까이 상승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침공 당시 각국의 증시는 일시적인 충격을 받았지만 에너지와 방산주의 강세, 기술주의 저가 매수세 유입 등으로 미국 등 글로벌시장은 몇 달내 곧바로 회복세를 보였다. 전쟁 초기 하락세를 보이다가 얼마 가지 않아서 회복하고 상승세로 전환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쟁이 투자자에게 기회가 된다는 역설이다. 전쟁은 분명히 인간에게 큰 고통을 주는 위기지만 자본시장은 냉정하게도 인간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단지 시장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전쟁은 산업구조와 유동성의 흐름에 변동을 주게 되는데 투자자는 전쟁 자체 보다는 전쟁으로 인한 시장구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전쟁은 투자자에게 공포 속의 기회일 수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다시없을 비극이겠으나 시장에 순응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냉혹함이 투자 세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