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마스크, 토양 생태계도 위협한다
GIST, 폐마스크 토양 생태계 독성
미세플라스틱 번식력 크게 저하
화학 첨가제 독성 분자 수준 입증
친환경 소재·폐기 대책 시급 지적
미세플라스틱 번식력 크게 저하
화학 첨가제 독성 분자 수준 입증
친환경 소재·폐기 대책 시급 지적
2025년 06월 30일(월) 13:41 |
![]() 일회용 마스크 유래 미세플라스틱의 토양 독성. GIST 제공 |
30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따르면 최근 환경·에너지공학과 김태영 교수 연구팀이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브라질 상카를로스 연방대학교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폐마스크의 토양 생태계 독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GIST 김 교수와 김종현 박사후연구원이 주도했다. 베를린자유대학교 김신웅 박사와 마티아스 릴리히 교수, 상카를로스 연방대학교 왈터 왈드만 교수, 경북대 김성환 교수팀이 공동 참여했다.
연구팀은 KF94, 방진용, 의료용 마스크에서 유래한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첨가물이 토양에 사는 예쁜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선충은 토양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로, 생식력 저하는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실험은 표준 토양에 마스크 조각과 폴리프로필렌 원료를 각각 0.1%, 0.3% 농도로 혼합한 뒤 선충의 번식 능력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KF94 마스크에 노출된 선충의 번식력은 최대 33%, 방진 마스크는 최대 4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 마스크와 비교용 폴리프로필렌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연구팀은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을 이용해 마스크에서 방출된 화학 첨가제를 확인하고, 선충의 대사 변화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내분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이 화학물질은 생물의 번식과 성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폐마스크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제조과정에서 사용된 첨가제까지 결합해 생태계에 복합적 독성을 일으킨다는 점을 분자 수준에서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버려진 마스크가 수질뿐 아니라 토양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친환경 소재 개발과 효과적인 폐기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 입자 크기, 첨가제 종류별 영향 등을 추가로 분석해 토양 생물 종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든 일회용 플라스틱이 생태계와 인류 건강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며 “정책과 연구가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 결과는 독성학 분야 국제학술지 ‘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게재됐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