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박병훈>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실수’ 두려워 말자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2025년 07월 01일(화) 14:33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우리는 언제 쇄락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한여름 숨막힐 듯 뜨거운 마당에 물을 뿌렸을 때 느끼는 시원함과 상쾌한 기분이 쇄락이다. 심리적으로는 온갖 근심이나 시름이 사라져 맑아진 마음상태를 말한다. 태풍 후 밀려온 쓰레기로 가득찬 바닷가 같은 세상이다. 나는 가끔 내가 저지른 실수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때가 있다. 내 기억 속에 감춰져 있던 수치심이 의식으로 고개를 내밀어 생긴 일이다. 수치심은 인류가 느낀 최초의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성경에서 아담은 인간 이상의 존재를 꿈꾸었다. 자기 이상의 존재가 되려는 시도 끝에 아담은 타락했다. 아담은 그가 저지른 부끄러움으로 인해 숨는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이 되기를 바란 결과는 혹독했다.

인간은 모든 면에서 유한하다. 인간의 유한성을 인식하지 못할 때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수치심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만든다. 자신을 인간으로서 불량품이라 생각한다. 수치심을 자기의 정체성으로 내면화하면 실수할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서의 인간임을 가르쳐 주는 건강한 수치심은 그 모양새를 잃게 된다. 그 자리에 어느 새 자신을 역겨워하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해로운 수치심이 밤도둑처럼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사람은 온갖 수단을 사용하여 거짓된 자기 모습을 만들어 세상에 선보인다.

엘리스 밀러는 다른 존재를 만들어 자기를 변형시켜 가는 과정을 ‘영혼의 살인’이라고 했다. 이를 해로운 수치심이라고 한다. 해로운 수치심은 모든 종류의 정신적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자신의 참모습이 싫기 때문에 진정한 자기가 아닌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되려고 한다. 아니면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타락한 존재가 되고 만다. 건강한 수치심은 인간이 가진 한계를 느끼게 해 준다. 인간은 인간 이상이 될 수 없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이나 절대적 권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인간 이상의 존재는 허구다. 건강한 수치심을 가지고 인간의 유한함을 수용하는 태도야 말로 건강한 사람의 표본이다. 수치심이야말로 사람이 실수를 저지를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 준다. 내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상대도 실수할 수 있음을 내포한다. 건강한 수치심은 인간이 전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건강한 수치심은 자신을 회의하게 한다. 어떤 일과 자신을 절대적으로 믿으면 배우려는 자세를 중단한다. 플라톤은 의구심으로부터 철학이 시작된다고 했다. 건강한 수치심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호기심은 새로운 정보를 탐험하게 하는 원천이다.

이에 반해 해를 주는 수치심도 존재한다. 스캇 펙은 ‘신경증은 자신이 너무 많은 책임을 지려는 것이고 성격장애는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해로운 수치심은 인간 스스로가 무가치한 존재임을 느끼도록 한다. 따라서 해로운 수치심으로 가득찬 사람은 고독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이를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밤을 지새운다. 너무나 큰 부정적 생각은 자신을 파괴한다. 수치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면화 된다.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내면화 되면 수치심을 느낄 수 없다. 그 사람이 수치심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싫으면 자신을 부정한다. 자신의 부정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자신을 위장하게 만든다. 이들은 인간 이상이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아니면 희생자가 된다. 이런 모습은 매우 흔한 일이다. 해로운 수치심은 중독 행동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중독은 순간의 만족을 얻기 위해 삶 전체를 희생시키는 정신적 행위다. 수치심이 내면화된 사람은 필사적으로 세상을 향해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대단한 사람입니다’라고 외친다. 아니면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엉망진창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인간 이상의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결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인간보다 못한 인간은 그 사람이 실수 그 자체라는 의미다. 실수하지 않고 배우는 사람은 없다. 실수는 주고 받는 대화의 일종이다. 각각의 실수는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목록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명의 인간은 인간이 될 수 없다. 공동체 안에서 우리 자신이 실수할 수 있는 인간임을 자각하고 그 실수를 인정하며 사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더운 여름에 쇄락의 순간이 그립다.